2024년 11월 24일(일)

'노잼'이라고 욕 먹는 '#살아있다'가 박스오피스 1위인 '진짜' 이유

영화 '#살아있다'


[인사이트] 장영준 기자 =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좀비'라는 타이틀은 외피에 불가하다.


지난 24일부터 스크린에 빛을 내기 시작한 '#살아있다'가 말하고자 하는 건 개인 간의 연대다.


작품은 갑작스럽게 한정된 공간에 고립돼 탈출하려는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는 곧 코로나19가 창궐한 대한민국에서 '#살아있다'를 봐야만 하는 이유와 직결된다.



영화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세상과 한순간에 단절된 스트리머 준우(유아인 분)가 집안에 홀로 남게 된 어느 날 원인 모를 증세로 좀비가 된 이들이 이웃 주민을 물어뜯는 광경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좀비의 출현으로 통신망이 단절된 준우의 휴대전화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메시지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족의 외침이었다. 


그렇게 고독한 생존을 이어가던 준우는 결국 20일이 되던 날 외로움과 절망에 몸부림치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그 순간, 준우의 눈앞에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 분)이 등장해 그를 돕고, 함께 좀비 떼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첫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조일형 감독은 초반부 강렬한 미쟝센과 서사로 긴장감을 안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술한 개연성과 현실성은 애써 올린 작품의 완성도를 빠르게 무너트린다.



영화 '#살아있다'


각각 준우, 유빈 역을 맡은 유아인과 박신혜는 인물의 감정을 가감 없이 녹여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유아인은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준우 역에 온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이며, 극의 완급 조절을 책임진다.


그가 맡은 준우는 현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듯 면대면 대화보다 손가락 끝 소통이 더 편한 그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때문에 한순간 통신망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준우의 모습은 인터넷망과 단 하루도 떨어져 살지 못하는 현시대 속 관객을 동요케 한다.



영화 '#살아있다'


그런 준우가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곳은 매일 앉던 컴퓨터 앞도,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휴대전화 화면도 아니다.


그는 베란다에서 모니터가 아닌 눈을 통해 '진짜 세상'을 접하고, 아날로그적인 소통과 행동으로 삶을 개척한다.


이 과정에서 공포 대상이던 좀비는 준우가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애물로 비춰진다.


이때부터 '#살아있다'는 진정한 가치를 발현한다. 현실과 다름없는 팬데믹 상황 극복하는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남다른 의미를 전하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 습격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영화 속 배경과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는 현재 상황은 사건의 주체만 다를 뿐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평화주의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삶이란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정신이 죽어 있는 삶을 이른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SNS가 아닌 유빈을 만나 마음을 열고 미래를 향해 걸어가다 결국 진정한 삶을 찾는다.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19로 허덕이는 지금 진정으로 들여다봐야 할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아닌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서로를 향한 관계를 곱씹게 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현재 전국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