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준 기자 =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좀비'라는 타이틀은 외피에 불가하다.
지난 24일부터 스크린에 빛을 내기 시작한 '#살아있다'가 말하고자 하는 건 개인 간의 연대다.
작품은 갑작스럽게 한정된 공간에 고립돼 탈출하려는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는 곧 코로나19가 창궐한 대한민국에서 '#살아있다'를 봐야만 하는 이유와 직결된다.
'#살아있다'는 세상과 한순간에 단절된 스트리머 준우(유아인 분)가 집안에 홀로 남게 된 어느 날 원인 모를 증세로 좀비가 된 이들이 이웃 주민을 물어뜯는 광경을 목격하며 시작한다.
좀비의 출현으로 통신망이 단절된 준우의 휴대전화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메시지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족의 외침이었다.
그렇게 고독한 생존을 이어가던 준우는 결국 20일이 되던 날 외로움과 절망에 몸부림치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그 순간, 준우의 눈앞에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 분)이 등장해 그를 돕고, 함께 좀비 떼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첫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조일형 감독은 초반부 강렬한 미쟝센과 서사로 긴장감을 안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술한 개연성과 현실성은 애써 올린 작품의 완성도를 빠르게 무너트린다.
각각 준우, 유빈 역을 맡은 유아인과 박신혜는 인물의 감정을 가감 없이 녹여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유아인은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준우 역에 온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이며, 극의 완급 조절을 책임진다.
그가 맡은 준우는 현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듯 면대면 대화보다 손가락 끝 소통이 더 편한 그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때문에 한순간 통신망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준우의 모습은 인터넷망과 단 하루도 떨어져 살지 못하는 현시대 속 관객을 동요케 한다.
그런 준우가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곳은 매일 앉던 컴퓨터 앞도,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휴대전화 화면도 아니다.
그는 베란다에서 모니터가 아닌 눈을 통해 '진짜 세상'을 접하고, 아날로그적인 소통과 행동으로 삶을 개척한다.
이 과정에서 공포 대상이던 좀비는 준우가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애물로 비춰진다.
이때부터 '#살아있다'는 진정한 가치를 발현한다. 현실과 다름없는 팬데믹 상황 극복하는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남다른 의미를 전하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 습격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영화 속 배경과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는 현재 상황은 사건의 주체만 다를 뿐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평화주의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삶이란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정신이 죽어 있는 삶을 이른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SNS가 아닌 유빈을 만나 마음을 열고 미래를 향해 걸어가다 결국 진정한 삶을 찾는다.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19로 허덕이는 지금 진정으로 들여다봐야 할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아닌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서로를 향한 관계를 곱씹게 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현재 전국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