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일)

"아파트에 매달려 일하는데, 누군가 제 '줄'을 끊으려 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보수 혹은 청소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붙는 로프는 생명줄이다. 


이 로프가 끊어진다면 그다음에 벌어질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외벽에서 창틀 실리콘 보수 중인 근로자의 로프를 누군가가 끊으려 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10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악마를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아파트 창틀 실리콘 보수를 하는 사람이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옥상에서 로프를 맨 후 작업을 위해 외벽을 타고 내려가려고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때 한 아파트 주민이 자신의 집 유리창이 깨진다며 줄을 타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줄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순간 A씨는 과거 아파트 외벽 도색을 하던 근로자의 로프를 한 입주민이 시끄럽다며 잘라버린 사건이 떠올라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작업 현장에는 A씨의 아내가 일을 도와주려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A씨는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신을 협박한 입주민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경찰에도 신고해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는 총 5장의 경찰차가 도착했고 인원만 15명에 달했다. 


보배드림


A씨는 아파트 관리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아파트 관리실 직원은 A씨에게 "옥상에 방수 작업을 해놨다며 청소 고리에 로프를 결속하지 마라"고 했다. 


A씨는 관리실 직원의 말을 전하며 "로프 매라고 만들어 놓은 청소 고리인데 로프를 매지 말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마음 같아서는 아파트 실명을 공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아파트는 처음 본다. 이런 갑질이 없다"며 "정말 거짓말 같은 하루다. 멱살 잡고 싶은 거 참았다. 진짜 무섭고 열 받는 하루였다"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