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한 여성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아야 할 사춘기 때부터 친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견뎌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고통은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겨우 끝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주영)는 지난달 29일 16년간 딸을 성폭행한 B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혐의는 미성년자 강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폭행 등 7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판결문과 A씨 측에 따르면 A씨가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처음 임신중절을 겪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이후 18살 때에는 4번째 임신중절을 겪었고 아버지의 성폭행이 계속되자 A씨는 피임약을 복용했다.
성폭행은 A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B씨는 19차례에 걸쳐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이는 날짜와 장소가 특정된 횟수만 포함한 것이며 실제로는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A씨를 '마누라'라고 부르며 나체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강요하고,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까지 찍었다.
성인이 된 A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더 범행이 악랄해졌다.
아버지는 A씨를 폭행하면서 "성관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 말하라"고 소리쳤고, 화를 낸 뒤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A씨가 성폭력에 16년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가정폭력'에 있었다.
A씨는 어릴 적부터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해왔고, 이로 인한 공포심이 매우 컸다. 아버지 말을 듣지 않으면 학교도 못 가고 집에 감금당했다.
어머니가 B씨의 딸 성폭행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대학 졸업 이후 독립하려 했지만, 이 사실을 안 B씨가 A씨와 어머니에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가 어렸을 때부터 부인과 피해자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로 인해 가족 누구도 B씨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아버지의 성폭력을 16년간 묵인한 어머니도 결국 '피해자'로 보고 기소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의 친족 강간 범죄는 331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성폭력은 물리적·정서적 폭행을 함께 동원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장기간 이뤄지고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