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제발 100살까지 살게 해주세요"···이혼한 자식 대신 식당서 설거지하며 '손주 둘' 돌보는 할머니

KBS1 '동행'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 둘을 돌보기 위해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아픈 몸을 일으키는 할머니가 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1 '동행'에서는 지어진지 100년도 넘은 흙집에서 손주 훈연(14)이와 기연(13)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사연이 그려졌다.


훈연이와 기연이 형제는 7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이곳에 오게 됐다.


재래식 화장실에 욕실도 따로 없는 데다 보일러조차 없기에 매번 아궁이에 물을 데워 마당에서 씻어야 하는 열약한 환경이지만, 씩씩한 형제는 현실에 만족하며 즐거움을 찾았다.


좁고 허름한 방에서 다 함께 생활하면서도 불평은커녕, 웃음을 잃지 않는 형제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더욱 힘을 내고 있다.



KBS1 '동행'


하지만 야속하게도 불행은 계속됐다. 할아버지의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진 것이다. 


할아버지는 2년 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데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까지 앓았다. 얼마 전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기 위해 나무를 해오다 어깨를 다쳐 몸져 누웠다.


할머니는 동네에서 작은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엔 손님이 거의 없어 월세도 내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할머니는 손주들에게만큼은 부족한 것 없이 해주고 싶어 식당에 나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늘 부모만큼 못해주는 것 같다며 마음을 쓴다.



KBS1 '동행'


안타깝게도 할머니의 몸이 성한 것도 아니다. 할머니 역시 쇠약해져 손주들에 대한 걱정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훈연이와 기연이 형제는 자기들을 키우느라 늙어버린 할머니, 할아버지를 걱정하며, 이제 효도하겠다고 매일 밤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착하고 밝게 자라준 형제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자기가 죽으면 기댈 곳 없는 형제들이 계속 눈에 밟히는 할머니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지만 손주들이 제 앞가림 할 때까지만이라도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을 주고 있음에도 늘 부족하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희생 어린 모습에 보는 시청자도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KBS1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