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고명훈 기자 = "자기야, 무슨 일 있어?"
친한 친구와 싸우고 우울해 있는 A씨에게 남자친구가 걱정되는지 다가와 위로해준다.
물론 남자친구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A씨는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자신의 위로가 잘 안 통하자 되려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 답답하게 진짜 왜 그러는 건데?"
안 그래도 복잡한 심경을 더 돋구는 남자친구에게 A씨는 섭섭하고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와 비슷한 사연들이 많이 올라오곤 한다. 애인을 위로하다가 화를 내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뉴욕 주립대의 벨라비아(Bellavia)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81명의 대학생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벨라비아 교수는 학생들에게 '카페에서 만난 애인이 시무룩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대답을 들어봤다.
실험 결과 A씨의 남자친구처럼 유독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애인이 자신과의 연애에 만족하지 못할 거로 생각해 성급하게 판단하고 만다.
애인이 자기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내 위로가 안 먹힐 만큼 본인은 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면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거절당했다는 생각이 화로 표출된 것이다.
이처럼 애인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당신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는 것이니,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이런 부분도 이해해 줄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