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급히 들어간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 사용한 물티슈나 여성용품을 버리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어본 적 있는가.
언제인가부터 공중화장실이 '휴지통이 없는 깨끗한 화장실' 컨셉을 내세우면서 이런 사례가 꽤 발생하고 있다.
난감한 이런 상황을 이제 겪지 않아도 될 듯하다. 휴지뿐 아니라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는 고형물도 내려보낼 수 있는 화장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19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김진혁 박사팀이 중소기업 황해전기와 손잡고 무겁고 부피가 큰 고형물까지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Single-Channel Pump)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하수처리장 시장에는 양 날개에 대칭 구조의 회전체가 장착된 2베인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하기 쉽고, 단가가 낮다는 장점에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이 펌프는 양 날개가 맞물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유로의 넓이가 충분치 않아 고형물이 걸려 막히는 일이 많다.
전체 펌프 고장의 98%를 차지할 정도다. 사용전력 대비 효율도 낮다.
이에 김진혁 박사팀이 나서 '단일채널펌프'를 개발했다. 이 펌프는 단일 날개 구조의 회전체만으로 작동해 유로 크기를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덕에 크고 단단한 고형물까지도 문제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펌프 대비 50% 정도 효율성을 높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다만 태생적 비대칭 구조에서 오는 심한 진동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진동이 지속되면서 파이프 연결 볼트가 풀려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팀은 비대칭 회전체로도 중심축이 치우치지 않도록 설계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고효율 저유체유발진동 단일채널펌프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회전하는 힘이 축 방향으로 가해지도록 최적의 수치를 조정했다. 또 회전하는 비대칭 회전체와 물을 모아내는 구조물인 벌류트의 상호작용에 의한 유체유발진동도 최소화시켰다.
개발한 단일채널펌프는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 하수도에 실제 펌프를 설치해 현장에서 성능 인증에 나섰다.
이미 해당 기술과 관련해 국내 12건의 특허등록이 끝난 상태며, 미국 특허 2건은 등록을 위한 심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유체기계학회로부터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개발품은 외산제품과 비교해도 동등한 성능을 자랑하면서 단가는 2~3배가량 낮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황해전기의 인프라와 제작기술로 주문부터 설치까지 일주일이면 끝이 난다.
기존 외산제품 대비 30여일이나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수중에서 작동하는 펌프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사전 고장 예측 진단 기능도 갖춰 A/S 시장에서 활용 가능성도 높였다.
김진혁 박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연구였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설계기법을 개발했고 황해전기의 제작기술 덕분에 제품 양산까지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황해전기와 같이 효율이 높으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양 날개 대칭 구조의 2베인펌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