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우리 아들 찾았는지만... 살아있는지만 확인해주세요 제발..."
새까만 재가 가득 뒤덮인 두 손으로 소방관을 붙잡고 애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현장은 눈물바다로 뒤덮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9일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는 지하 공사 현장에서 시작된 원인 불명의 화재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현재까지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의 심각한 인명 피해를 만들었다.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경우가 많아 사람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한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 일한 인부 중에는 아버지와 아들도 있었다. 고된 일을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했던 부자(父子)는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운명이 엇갈리고 말았다.
화재가 발생한 시각 아버지는 불이 난 옆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재 발생 건물에서 일하던 아들은 엄청난 화마로 인해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놔두고 혼자 탈출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시꺼먼 작업복을 입은 채 한참을 쭈그려 앉아있었다.
현장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대기실에서는 소방관에게 "아들 생사를 파악해 달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자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기도만 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경을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기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조용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한편 이들 외에도 형제 등 가족이 함께 일하다 참변을 당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이 워낙 훼손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 큰 상황이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자 상당수가 화상으로 숨진 터라 신원을 확인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