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서울 홈플러스 모 지점에서 일하던 58살 A씨는 고객의 폭언을 들은 뒤 자택에서 쓰러졌다.
지난해 9월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는 뇌출혈 진단을 받은 지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앞서 지난해 9월 9일 A씨는 홈플러스에서 계산 업무를 하던 중 고객과 마찰이 있었다.
'적립카드가 있으시냐'는 A씨 물음에 고객은 답하지 않았고, 이를 재차 묻자 "찾고 있는데 왜 말이 많아. 여기는 고객 접대가 왜 이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여기가 술집이냐"라고 되묻자 고객은 "술집만 접대하나.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후 자택으로 간 뒤 남편에게 "오늘 진상 고객을 만나 정말 힘들었다"라고 토로한 A씨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은 뒤 열흘 후 사망했다.
노조 홈플러스 지부와 홈플러스가 지난 2018년 체결한 단체협약 91조(감정노동자 보호) 3항과 91조 4항에는 각각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 발생 시 직원은 즉시 응대 거부를 하며 상위 책임자가 응대를 실시한다',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폭언 등 심각한 감성적 훼손이 인정될 때는 직원에게 한 시간의 마음 관리 시간을 제공하며, 해당 고객과 2차 대면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명시돼있다.
고객에게 폭언, 욕설 등 갑질을 당해 직원이 공포나 불안을 느낄 경우에는 세 차례 고객에게 자제를 요구한 뒤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현장을 이동하게 하는 업무 매뉴얼도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고, 최근 근로복지공단 측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객이 고인에게 취한 행동은 통상적으로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정적 표현이며 위협적 언행이었다며 "심리적 충격을 받고도 휴식, 근무 조정 등 산업주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체 부담이 더 가중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19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당뇨의심 등 소견을 받았으나, 평소 정상적 근무가 가능하던 A씨가 이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뇌출혈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면서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미비한 사업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