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마트서 일하는 주제에"···홈플러스에서 일하다 고객 막말 듣고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직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서울 홈플러스 모 지점에서 일하던 58살 A씨는 고객의 폭언을 들은 뒤 자택에서 쓰러졌다.


지난해 9월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는 뇌출혈 진단을 받은 지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앞서 지난해 9월 9일 A씨는 홈플러스에서 계산 업무를 하던 중 고객과 마찰이 있었다.


'적립카드가 있으시냐'는 A씨 물음에 고객은 답하지 않았고, 이를 재차 묻자 "찾고 있는데 왜 말이 많아. 여기는 고객 접대가 왜 이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여기가 술집이냐"라고 되묻자 고객은 "술집만 접대하나.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후 자택으로 간 뒤 남편에게 "오늘 진상 고객을 만나 정말 힘들었다"라고 토로한 A씨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은 뒤 열흘 후 사망했다.


노조 홈플러스 지부와 홈플러스가 지난 2018년 체결한 단체협약 91조(감정노동자 보호) 3항과 91조 4항에는 각각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 발생 시 직원은 즉시 응대 거부를 하며 상위 책임자가 응대를 실시한다',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폭언 등 심각한 감성적 훼손이 인정될 때는 직원에게 한 시간의 마음 관리 시간을 제공하며, 해당 고객과 2차 대면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명시돼있다.


고객에게 폭언, 욕설 등 갑질을 당해 직원이 공포나 불안을 느낄 경우에는 세 차례 고객에게 자제를 요구한 뒤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현장을 이동하게 하는 업무 매뉴얼도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고, 최근 근로복지공단 측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객이 고인에게 취한 행동은 통상적으로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정적 표현이며 위협적 언행이었다며 "심리적 충격을 받고도 휴식, 근무 조정 등 산업주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체 부담이 더 가중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19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당뇨의심 등 소견을 받았으나, 평소 정상적 근무가 가능하던 A씨가 이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뇌출혈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면서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미비한 사업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