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비흡연자 후임에게 "같이 담배 안 피우면 군 생활 꼬이게 만든다"며 협박하는 맞선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민준기 기자 =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하는 군대.


1980~90년대 때만 하더라도 군대 내 '담배 강요'는 흔한 일이었다. 담배 강요를 거부하는 후임은 얼차려와 가혹행위의 대상이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군대 내 담배 강요가 사라진 줄 알았지만 이 악습이 여전히 몇몇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맞선임이 자꾸 흡연을 강요한다는 후임 병사 A씨의 사연이 게재돼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추운 한파가 몰아닥치던 올해 1월에 입대한 A씨. A씨는 힘든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2월 중순 경기도의 한 부대에 배치됐다.


생각보다 깔끔한 시설을 갖춘 부대의 모습에 A씨는 "그래도 이 정도면 군 생활을 할만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생각은 무너지고 말았다. 전입해 온 지 일주일이 지나자 A씨 맞선임의 담배 강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A씨는 담배 냄새를 맡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비흡연자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맞선임의 강요에 못 이겨 생활관 뒤 흡연장까지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A씨는 힘든 간접흡연을 견디면서 맞선임의 계속되는 흡연 권유를 뿌리쳤다.


그럴 때마다 맞선임은 A씨에게 "너 그러다 군 생활 꼬인다"라는 비수를 날렸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휴가, 외박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맞선임과 떨어져 있을 틈이 전혀 없어 담배 강요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도 어려웠다.


아직 맞선임으로부터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진 않았지만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를 이 상황에서 받는 A씨의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의 사연을 접한 대부분의 누리꾼은 "마음의 편지·소원 수리 등 일단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가만히 있지 말라"며 강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흡연자가 대부분인 집단에서 혼자만 소외되는 현상을 잘 견딜 수 있다면 단호히 거절하길", "생각보다 흡연장은 정보의 보고"라며 꽤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 누리꾼도 있었다.


현재 선진병영, 신고체계 확립, 스마트폰 보급 등을 통해 군대 내 악·폐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렇지만 군대라는 고립된 사회의 특성상 몇몇 개인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문제 시 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빨리 군대 내 모든 악·폐습이 뿌리 뽑혀 모든 장병이 걱정 없는 군 생활을 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