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수은 기자 = 흔히 '재채기'와 '사랑', 이 두 가지는 절대 숨길 수 없다고들 한다.
특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마음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다 티가 난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무의식'은 인간 정신의 가장 크고 깊은 심층에 잠재하면서 의식적 사고와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힘이라고 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있듯, 우리 눈에 드러나는 의식하는 행동 아래에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크기의 '무의식'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무의식의 세계 속에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도 엄청난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채널A 인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트시그널' 시즌 1, 시즌2, 그리고 최근 종영한 시즌3 출연자들이 호감 가는 이에게 보여준 행동과 함께 관련 심리학 개념을 소개한다.
다음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 호감 있는 이성 앞에서 취하는 행동 5가지이다. 혹시 내가 어떤 상대방 앞에서 이러한 행동들을 취하고 있다면 '호감'이 분명하니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자.
1. 고개 옆으로 기울이기, 손목 보여주기-경동맥 법칙
호감이 있는 상대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기울인다. 이는 상대에게 목선을 드러내며 체취를 전달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주 앉은 상대에게 손목 안쪽과 손바닥을 보여주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들을 '파밍(palm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남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 자신의 내밀한 신체 일부를 드러냄으로써 심리적으로 무장 해제된 감정을 표현하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특히 목 양쪽으로 경동맥이 흐르고 있는데 심리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목은 가장 연약하고 위험한 신체 부위 중 하나이므로 목을 드러내는 행동은 호감을 느끼는 이에게 무장해제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맥을 짚을 때 손목 맥박을 통해 심장 박동을 체크하듯, 우리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에게 손목과 목을 내보이며 호감을 드러낸다.
2.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앉기-배꼽법칙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호감이 있는 사람 앞에서 우리의 자세는 유의미하게 바뀐다. 자세는 몸으로 표현하는 무의식의 언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세 중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몸의 기울기다. 마주한 상대를 향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지, 뒤쪽으로 기울이는지에 따라 우리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몸이 향하는 방향도 호감의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배꼽의 법칙'이라 하며 배꼽이 향하는 방향이 호감의 방향이라고 해석한다. 배꼽은 '몸통의 뇌'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화 중 배꼽이 향하는 방향이 관심의 정도와 행방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더 자세하게는 상대 쪽으로 가까이 내미느냐(팽창) 상대에게서 멀어지느냐(수축)에 따라 호감의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
즉, 심리적으로 더 친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거나 맺고 싶은 사람의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몸이 향한다. 호감이 있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친밀하다고 여겨 상대방과의 물리적 거리로도 가까워지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3. 반복적으로 눈 마주치기-두번째 시선 법칙
시선 역시 호감을 드러내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종종 누군가와 눈이 자주 마주치면 '뭐지 나한테 관심 있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호감이 있는 이를 몰래 흘깃 쳐다보는가 하면 나의 존재를 상대에게 드러내기 위해 눈이 마주치기를 바라며 쳐다보기도 한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상대를 쳐다보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시선이 머무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두 번째 시선 법칙'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시선 법칙'이란 호감은 있지만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관심이 있는 상대를 쳐다본 순간 혹여나 마음을 들킬까 시선을 거두지만 이내 그에게 시선을 두게 된다.
결국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무는 곳에 호감이 있다는 것. 백 마디 말보다 바라보는 눈빛에 모든 걸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눈빛에도 '정도'가 중요하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만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도록 하자.
4. 행동 따라하기-미러링 효과
이렇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시선이 머물다 보면 상대의 행동이 눈에 띄고 나도 모르게 그의 행동을 따라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미러링 효과'라고 설명한다.
미러링 효과는 말 그대로 호감 가는 상대의 행동을 거울처럼 똑같이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물을 마시면 따라 마시고 얼굴이나 머리를 만지면 따라 만지고 다리를 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면 나도 똑같이 행동하는 상태다.
이러한 행동은 상대에 대한 관찰과 함께 우리의 뇌에서 '거울 뉴런'이 작동할 때 일어난다. 이 거울 뉴런은 뇌의 총 세 부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기억과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공간을 인식하고 운동을 기획하는 두정엽, 소리를 듣고 언어를 이해하는 측두엽에 있다.
이들 세 부위에서 뉴런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미러링 효과가 일어나는데 이 복잡해 보이는 과정은 찰나의 순간에 무의식중에 일어난다. 이 미러링 효과는 부모의 표정과 행동을 따라 하는 등 유아나 유인원에게도 적용되는 아주 원초적인 본능이다.
특히 친밀하다고 느끼는 상대일수록 거울 뉴런이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건 뭐든 따라 하고 싶은 심리를 바로 미러링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5. 길고 구체적인 대답
앞에서 설명한 행동들은 상대도, 나도 모르게 하는 일방적인 행동이라면 다음은 보다 직접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바로 '말'과 관련된 대화 태도이다.
보통 메시지나 카톡을 주고 받을 때 짧은 답장은 성의 없거나 무관심이라고 간주한다. 반면 좋아하는 이에게는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써서 답장을 보내며, 이런 답장은 상대에게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호감 있는 사람이 나에게 질문했을 때 우리는 질문에 대한 대답뿐만 아니라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이야기한다. 이는 상대방에게 관련된 질문을 하도록 해 대화를 가능한 오래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질문을 하는 행위 자체를 관심의 표현으로 판단해 복잡한 사고 과정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 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궁금해하지 않는 것까지 구구절절 늘여놓는 소위 'TMI(Too Much Information)'를 남발하지 않도록 하자. 상대가 호감을 갖고서 던진 질문에 '투머치토커'가 되는 순간 일말의 호감이 피곤함으로 바뀔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