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한지혜 기자 = 앞으로는 성전환자가 성별을 바꾸기 위한 절차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가족관계등록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을 개정했다. 이 지침은 오늘(3월 16일)부터 시행한다.
지침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가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를 '조사사항'이 아닌 '참고사항'으로 변경했다. 또한 "조사한다"를 "조사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즉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으로 성을 전환하면 성기를 제거했는지 조사하는 게 의무였다면, 이제 그렇지 않게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성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은 생물학적 남성(트랜스젠더)도 여성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전환 시술 의사의 소견서도 '필수 첨부 서류'에서 '참고서면'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성전환 판결 전 여러 가지 첨부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여기에는 성기가 바뀌었는지에 대한 여부도 포함돼 있었다.
지금까지 성전환자가 성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증명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 시술 의사의 소견서, '앞으로 생식능력이 없다'라는 전문의 감정서 등 5가지의 서류를 필수로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바뀐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는 구체적 지침이 사라진다. 성전환 시술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유를 소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와 관련 앞서 해외에서는 성기를 제거하지 않은 남성이 여성으로 인정받으면서 일어난 파장이 적지 않다.
2018년 10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한 트랜스젠더 남성은 자신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자라고 주장해 여성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동료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남성은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난 여성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재차 강조해 여성 교도소에 수감됐다.
범죄 사건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남학생 2명이 "나는 여자다"라고 주장하며 여자 청소년 육상경기에 출전했다.
개최된 시합에서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주장한 남성 2명이 15종목을 모두 석권하고 대학 진로 기회,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았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바뀐 지침을 두고 "국내 질서를 망가뜨리는 말도 안 되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성기를 제거하지도 않고 여자로 인정받는다면, 법적으로는 여탕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 어떤 여성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을 변경하는 성별정정을 막아달라"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3일 만에 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