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쓰레기 소각장서 일하는 아빠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14일째 안 들어옵니다"

사진 제공 = 창원시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우리가 쓰러지면 시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창원시가 설치·운영하는 쓰레기처리장에서 직원 13명이 코로나19와 남모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칫 1명이라도 감염돼 시설이 폐쇄될까 봐 자진해 고립을 택했다.


쓰레기장이 폐쇄되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13명의 값진 희생에 창원시는 쓰레기를 통제 못 해 생길 파국은 피하게 됐다.


지난 6일 창원시에 따르면 성산구의 음식물자원화처리장의 위탁민간업체 이동호(28) 지원팀장 등 13명은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처리장에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창원시


창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일평균 260t쯤이다. 이 가운데 약 200(76.9%)t을 이곳에서 처리한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해 시설이 폐쇄되면 창원에는 쓰레기 대란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막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행정력이 추가 낭비될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던 처리장은 결국 셧다운만은 막자는 사명감에 고립을 택했다. 대체 인력도 많지 않아 시설을 가동·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인력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끼니는 배달 음식과 도시락을 통해 해결하고, 12평 남짓한 좁은 사무실을 개조해 간이침대를 놓고 쪽잠을 청한다. 매일 간단하게 체온 등을 확인하고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이 직원 13명은 창원시에서 2주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날까지 고립 근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 제공 = 창원시


사명감에 희생을 택했지만, 장정 13명이 비좁은 곳에 지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히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모친의 칠순 잔치에도 못 가는 직원, 결혼기념일을 떨어져 보내야 하는 직원 등 사무치는 그리움에도 직원 13명은 똘똘 뭉쳐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창원시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 당당히 격리를 택한 직원들을 위해 침구류와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등 각종 생필품 지원에 나섰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2일 이곳 현장을 찾아 영상통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사명감 하나로 뭉친 영웅"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