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정부가 각급 학교에 비축된 마스크를 협의도 없이 수거하기로 했다. 비축한 마스크를 수거해 대구·경북에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써야 할 마스크까지 가져가야만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선 학교장과 교사 등은 토요일이던 지난달 29일 "마스크를 500매 이상 보유한 학교는 지역교육청으로 제출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는 교육감이 직접 보낸 것으로 돼 있었지만, 예고가 없던 지시라 학교에서는 황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학교장은 스팸 문자라는 생각이 들어 교육청에 확인하기도 했다고 한다.
메시지의 내용은 사실이다. 교육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청을 통해 각급 학교에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에 비축해놓은 마스크를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구·경북에 먼저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 조치에 따라 수도권 학교 가운데 마스크를 500개 이상 보유한 곳은 내일(2일)부터 시작되는 긴급 돌봄교실에서 10일간 사용할 분량만 남겨두고 마스크를 정부에 내놔야 한다.
교육부 측은 "학교는 개학이 연기된 상황이라 당장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우선 급한 지역에 보낸 뒤 개학 전 정부에서 마스크를 보충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마스크를 제출하고 농협하나로유통에서 인수인계증을 주면, 추후 마스크를 다시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학교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정부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가져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학교장은 "상황이 시급한 것은 이해하지만 학교가 비축해놓은 분량까지 가려갈 만큼 대책이 없다는 얘기냐"고 분통해 했다.
교육 당국이 개학 전까지 마스크를 보충해준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정부가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하면서도 현장에선 계속 부족한 상황인데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