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다솔 기자 =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함축적 의미를 영화 속에 숨겨놓았다"
최근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국제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전 세계인을 홀린 봉준호 감독은 평소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겨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여러 관전 포인트를 가진 영화인 만큼 영화평론가 및 누리꾼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가장 어린 기정(박소담 분)만 죽는 이유이다.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 중 기정은 영화 막바지에 끔찍하게 살해당하며 관람객에게 충격을 안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해석에 따르면 기정이 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정은 다른 가족원들과 달리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기택 가족이 맡은 과외 선생님, 운전기사, 가정부는 애초에 누군가 일하고 있던 자리이다.
누군가를 대체하거나 내쫓고 들어간 가족과 달리 기정은 '미술 치유'라는 독창적인 수업 방식을 도입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기택의 집안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기정이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에서 대담하게 거품 목욕을 즐기자 기우(최우식 분)는 기정을 향해 "너는 이 집이랑 어울린다. 원래 여기 사는 사람 같다"라고 말한다.
늘 불안해하는 가족과 달리 기정은 여유로운 모습을 자주 보인다. 해당 영화에서 기정은 하류층이지만 상류층의 기질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결론적으로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하층에 위치한 문세(박명훈 분)가 기정을 죽인 이유는 '계급간 상승 가능성 파괴'를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됐다고 말하고 있는 시대라 씁쓸한 '기생충'의 의미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흑백판으로 오는 2월 26일 국내에서 다시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