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아카데미' 4관왕 차지하며 '국뽕' 차오르게 만든 봉준호 감독의 대표 필모 7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봉준호 감독이 일냈다. 그의 영화 '기생충'이 할리우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안게 됐다. 

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까지 총 8개의 작품을 제치고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상을 안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최고의 상을 비롯해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까지 휩쓸며 2020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영예를 안았다. 특히나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이기도 한 바. 이로 인해 봉준호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GettyimagesKorea


감독상 수상 후 무대에 오른 봉준호는 "어렸을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일'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마틴 스코 세이지 감독이다. 그분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라며 마틴 스코 세이지를 향한 헌사를 남겼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장을 내민 '기생충'은 마틴 스코 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미국 대표 거장들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한국 영화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며 이제는 의심의 여지없는 '명감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봉준호. 뜻깊은 날을 맞아 그의 명작 영화 7편을 소개한다. 

1. 기생충 

영화 '기생충'


할리우드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봉준호 감독에게 오스카 감독상 트로피까지 선물한 영화 '기생충'.

'기생충'은 극과 극 두 가족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와 계급 사회를 건드렸다. 특히 봉 감독은 '반지하'라는 특수 공간을 통해 계급 사회를 나타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공감을 샀다. 

이렇듯 봉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2. 옥자 

영화 '옥자'


영화 '옥자'는 독창적인 이야기부터 캐릭터들의 신선한 비주얼이 '새롭다'라는 말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외형,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수줍음이 많은 반전 캐릭터는 우리가 본 적 없는 옥자라는 동물을 만들었다. 특히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눈빛 만으로도 교감을 나누는 옥자의 순수한 모습은 왜인지 모르게 관객들에게 뭉클함도 선사했다. 

하지만 영화가 마냥 동화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는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동물 학대, 유전자 조작 등 사회 문제를 직구로 던져 영화 평론가들에게 '정치적인 영화'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3. 설국열차 

영화 '설국열차'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는 당시 한국 영화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미국 기준으로는 중저예산 영화였을지 몰라도 당시 한국에서는 역대 최고인 43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여 만든 대작이었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 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 칸의 서열화된 계급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특히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원작으로 했다는 국제적 화제성까지 덧입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며,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극을 이끌어 가 몰입감을 높였다. 

4. 마더 

영화 '마더'


영화 '마더'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대신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감동극이 아닌 영화 내내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 

스릴러라는 장르 아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폐들을 적절한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켜 나가는 일련의 연출 방식은 봉준호의 센스를 높이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엔딩의 반전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마더'로 인해 봉준호 감독은 칸 등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5. 괴물 

영화 '괴물'


영화 '괴물'은 한강에 출현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소재로 재난 블록버스터를 사회 풍자형 블랙코미디로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했기에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당시 역대 최다 관객 수인 1300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괴물'에서 역시 봉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가 주연배우로 열연하며 눈 돌릴 틈 없는 긴장감과 봉 감독만의 웃음 코드를 완벽히 그려냈다. 

6. 살인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다. 영화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10명을 잔혹하게 죽이고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을 모티브로 만들었으며 암울한 사회상과 시대적 모순을 꼬집었다. 

합리와 비합리가 혼재된 1980년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살인의 추억'은 전두환 정권의 등장으로 살얼음판이 된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그려냈다.  

영화 속 박두만을 연기한 송강호는 차가운 눈빛의 냉혈한으로 나오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또한 범인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미치광이처럼 변해가는 서태윤을 연기한 배우 김상경 역시 흠결 없이 연기를 소화해 호평을 얻은 바 있다. 

7. 플란다스의 개 

영화 '플란다스의 개'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이다. 지금은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이나 하는 영예를 안은 감독이지만 이때 봉 감독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속물들에 대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차제가 주는 무료함과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관객들의 지루함을 유발했다. 

하지만 봉준호는 '플란다스의 개'를 발판 삼아 영화 '살인의 추억'을 흥행시켰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