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우리나라 30대 솔로 남녀 중 자기 명의의 집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자가비율은 28.2%였다.
20대는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사는 경우가 44.8%로 가장 많았고 전세(37.1%), 자가(7.5%) 순이었다. 30대는 전세(40.8%), 보증금 있는 월세(36.1%), 자가(15.3%) 순으로 많았다.
30대 10명 중 2명이 안되는 사람만 자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서른두 살의 여성 A씨는 대학 졸업 전부터 취업해 열심히 모은 돈 2억 원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다.
대출을 받아 수도권 소형 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평소 경제적 부분을 걱정하며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던 남자친구가 집 얘기를 듣자마자 태도가 돌변해 고민이다.
남자친구 B씨는 툭하면 A씨에게 "여기에 집을 사둬라. 나중에 여기에 살면 월세 받는 거 결혼해 생활비에 보태자"라고 말하는 등 벌써부터 A씨와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심지어 그녀가 모르는 새에 혼자 집을 보러 부동산에 다녀온 적도 있다.
현재 사려고 하는 아파트는 오직 A씨가 홀로 거주하기 위해 노력해 모은 돈인데 B씨가 나서서 수선을 떨며 '우리집'이라고 말하는 것이 A씨는 못마땅하다.
3일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공개한 연령대별·성별 1인 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 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42.7%가 '자가'에 거주했다.
남성의 자가 비율은 18.3%로 현저히 적었다. 이는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홀로 살아갈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결혼 시에 남성이 집을, 여성이 혼수를 해오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남성들의 부담이 커져갔다.
이 같은 세태가 1인 가구의 범람으로 이어지는데 일조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을 정도로 남성에게 '내 집'과 '결혼'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A씨의 남자친구 역시 자신이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결혼 생각이 없다고 둘러댔다가, 여성 쪽에서 집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 것을 알고 마음이 바뀌었을 수 있다.
B씨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는 반응의 반대편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만큼 집은 중요한 결혼의 요소"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결혼 생각이 없는 A씨라면 이 같은 상황이 불쾌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커플이라면 이제는 남성이 집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해 서로 함께 일궈나가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