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난민이 지원받는 한 달 생활비가 6·25 참전용사 명예수당보다 많다

영화 '고지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해 정부에서 6·25 참전 용사에게 지급한 명예 수당은 월 30만 원이었다. 


이마저도 22만 원에서 8만 원 인상한 금액이었다. 월 30만 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년 최저생계비 52만 7천 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전쟁, 테러, 기근 등 생명의 위협을 피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난민은 난민지원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1인 가구 기준 43만 2,900원을 받는다.


참전 용사보다 13만 2,900원을 더 받는 셈이다.


4인 가구의 경우 117만 400원, 5인 가구는 138만 6,900원을 지급한다. 이 또한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참전 용사들이 받는 수당과 비교할 때는 큰 금액이다. 


지난해 10월 303고지 추모 행사서 경례하는 참전 용사들 / 뉴스1


물론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다. 한국의 경우 난민 인정률이 3.7%에 불과하고 난민 심사와 소송을 이어가는데 대략 2~3년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에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취업이나 생활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난민의 생계비 지원은 최장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원 금액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참전용사들의 삶이 이들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참전용사의 대부분이 87세 이상의 고령이다. 보훈교육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87%는 생활고를 겪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고령이다 보니 무엇보다 병원비와 약제비 부분의 지출이 많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수당 대부분은 자연스레 약값으로 들어간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늙은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 새벽 일찍 몸을 일으켜 폐지를 주어야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탤 수 있다. 


지난 2017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마트에서는 당시 82세의 한 참전용사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귤을 훔치다 적발됐다. 


같은 해 경북 안동에서는 영세민 임대아파트에 홀로 살던 90대 참전용사가 고독사한 뒤 일주일 뒤 발견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정치·종교·가난 등을 이유로 생명을 위협을 받다가 국내로 흘러들어온 난민들 또한 우리가 품어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다. 


허나 이 땅을 지키고 일궈왔던 참전용사들의 삶이 그들보다 덜 비참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는 난민들의 최소한 생활 보장을 위해 이들이 안정적인 일을 구할 때까지 매달 207유로(한화 약 27만 원)를 지원하고, 아이가 있으면 1명당 100유로를 더 지원한다. 


여기에 의료 접근성 보장, 주거 환경, 가정 유지, 교통까지 난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오늘 날의 서울 / gettyimagesBank


참전 용사에 대한 예우는 어떨까. 프랑스 국방부 향군성과 재향군인·전쟁피해자 사무국은 보훈 정책에 연간 약 6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공자 450만 명에게 보훈 혜택을 실시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약 1,400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5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상하 양원 합동의회에서 연설 도중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군복을 벗어도 그들의 빛나는 업적은 사라지지 않고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참전용사의 대우가 난민보다 못한 현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