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스펙이 직무 능력을 판가름할 유일한 척도는 될 수 없다. 여러 대기업이 스펙 중심의 채용 틀에서 벗어나 역량만 보고 인재를 선발하는 이유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인재를 찾고자 길거리 캐스팅까지 도입한 전적도 있다. 그러나 야심 차게 계획된 이 전형은 슬프게도 채 1년을 못 가고 결국 폐지됐다.
길거리 캐스팅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낳으면서다.
2013년 현대차는 스펙 중심의 채용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취지 아래 길거리 캐스팅을 도입했다.
길거리 캐스팅은 인사담당자가 새벽 버스를 타거나 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학생을 1차 선발하고, 4개월간 인성과 역량을 평가해 최종 합격자를 정했다.
현대차가 자기 추천제, 친구 추천제와 함께 발표한 열린 채용 프로그램 '더 에이치(the H)'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모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차는 1년 만인 2014년 돌연 이 제도를 폐지해버렸다. 일부 대학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내외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당시 일부 지방대 학생은 인사담당자의 눈에 띄고 싶어 서울 시내 유명 학교에서 일부러 쓰레기를 줍고 다녔다. 도서관에 새벽까지 남아 있는 학생도 많았다.
길거리 캐스팅에만 매달려 정작 취업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동아일보를 통해 "몇몇 문제가 발견돼 제도를 없앴다. 대신 대체할 다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8만 1000여명이 늘었다.
하지만 경제의 핵심이라 불리는 30대 취업자 수는 5만 8천명 감소하는 등 젊은 세대의 취업문은 날로 좁아져, 현대차의 사례는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