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성관계 도중에 몰래 콘돔을 제거하는 '스텔싱(stealthing)'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CNN은 지난해 12월 11일 성관계 도중 상대방 몰래 피임기구를 뺀 남성에 유죄를 선고한 독일 베를린 지방법원의 판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 독일에서는 교제 중이던 남녀 커플이 성관계를 했다.

당시 여성 A씨는 임신 가능성과 성병 전염 등의 이류로 남자친구 B씨에게 콘돔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B씨는 A씨의 당부를 무시하고 성관계 도중 몰래 콘돔을 뺐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성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남자친구의 집에서 뛰쳐나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1일 강간 혐의로 법정에 선 B씨는 "성관계 도중 콘돔이 찢어져 어쩔 수 없이 제거했다. 합의된 성관계였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또한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기에 그에게 강간죄를 묻지 않았다.

단, 성폭행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상대 여성의 허락 없이 피임기구를 제거한 행위는 성범죄와 같다고 본 것이다.

B씨는 결국 집행유예 8개월과 벌금 300유로(한화 약 387만 원) 그리고 성병 검사 비용 96유로(한화 약 12만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독일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스텔싱을 성범죄로 처벌한다.

독일은 2016년 성범죄 처벌법이 개정되고 난 후로 스텔싱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스텔싱을 성범죄로 판단하지 않는다. 스텔싱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 또한 없다.

그렇다고 손해배상 청구나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은의 성폭력 전담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였거나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야 성범죄에 해당한다"면서 "스텔싱을 성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 전반을 성범죄로 보는 '비동의 간음'부터 확립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스텔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스텔싱을 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