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가구업체 한샘의 전 직원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피해자는 최근 한겨레신문에 자필로 쓴 편지를 보내 가해자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앞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이날 강간 혐의로 구속된 박모(32)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박씨는 지난 2017년 1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다.
한샘 사내 성범죄 사건은 2017년 10월 29일 한샘의 여성 신입사원 A씨가 직원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A씨는 남자 동기로부터 불법 촬영 피해를, 해당 사건을 도와주던 사내교육담당자 박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으며 또 해당 성폭행 사건을 처리해주던 인사팀장에게 추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인 점, 범죄의 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 A씨는 2심 선고 2주일 전 가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A씨는 "판사님들께서 내려주신 1심 3년 형의 결과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저는 이 결과를 얻기 위해 3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결과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텼다"라고 말했다.
이어 "활기가 가득하고 싶던 20대 시절을 고통 속에서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제 더 이상은 몸과 마음이 버티기가 어렵다. 대학 졸업도 전에 꿈을 품고 들어온 첫 직장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라면서 "이제는 내가 어디서 누군가를 믿으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하다. 앞으로 어떤 회사를 가도 두려움과 사람들의 시선이 공포로 다가온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그동안 성범죄의 피해자로서 지난 기억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는 "이제 또 시작해야 하는 재판들이 많이 남았기에 사과는 못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던 가해자가 합의해주면 모두 인정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라도 합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합의에 이른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저는 제 존재가 남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날 위해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어 그 손을 놓아버릴 수 없다"면서 이런 낭떠러지 같은 상황에서 손을 잡아 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버텨보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 남아있는 사건들이 해당 사건과 연관 있는 사건들이기에 합의하고 가해자의 범죄를 인정받고 제가 조금이라도 살아 있음을 느낄 때 좀 더 힘을 내서 남은 사건들 또한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빠르게 결과를 얻고 이제 그만 벗어나 제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편지를 통해 자신을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사내 성범죄 사건을 무마하려 피해자에 거짓 진술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샘 전 인사팀장 유모 씨는 지난 17일에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추행 혐의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