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치열했던 배달 앱 치킨게임의 패자는 결국 힘없는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될 지 모르겠다.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 1, 2위를 다투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하나의 몸통을 가지게 됐다.
한국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DH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별도로 운영한다. 여기에 더불어 국내 배달 앱 1, 2, 3위(배달통) 업체를 보유, 사실상 '독점'한 양상을 띄게 됐다.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자영업자들과 프랜차이즈 업체의 점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배달 앱 시장 90% 이상의 지분을 한 회사가 독점한다면 자연스레 중개 수수료를 인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
현재 인수를 거의 확정 지으면서 벌써부터 수수료 인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인상되기 전의 프랜차이즈 업체 중개 수수료는 평균 7~8%P로, 예를 들어 소비자가 요기요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2만 원어치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점주는 여기에서 주문 중개 수수료와 외부 결제수수료(3%)를 제한 금액을 갖는다.
주문 중개 수수료가 8% 라면 점주에게 돌아오는 몫은 1만 7800원이다.
여기에 실제 배달은 점주 몫이다. 점주는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라이더를 직접 고용해 고객에게 배달한다.
대행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은 거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3000~4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만약 중개 수수료가 1%P 상승되면 점주들이 받는 몫이 또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원래 배달비를 받지 않던 점주들도 배달비를 받기 시작하거나 배달비를 올려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 갈수록 늘면서 관련 시장은 커지는데, 고객을 위한 할인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다.
물론 배달 앱 덕분에 이제는 편하게 집에서 커피나 디저트를 배달 시킬 수도 있고, 배달 종류도 삼겹살이나 회 등으로 선택의 폭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수수료가 늘어간다면 소비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90% 이상의 국내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에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 앞에, 자영업자 역시 '횡포 현실화' 대한 공포를 마주하고 있다.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오늘(16일) 논평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뿐만 아니라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배달 앱 시장의 수수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하며, "배달 앱 수수료 체계를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이해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반짝이는 스타트업 시절, 수많은 소비자들의 무한 지지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배달 앱 업계인 만큼 적어도 받은 사랑을 배신으로 갚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소비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눈부신 성장도 이루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