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오매불망 그리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아베 총리는 서둘러 정상회담의 날짜까지 발표했다.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일본 내각 홍보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에서 열린 내외정세조사회의 강연에서 한국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는 심지어 회담의 날짜도 못 박았다. 크리스마스이브(24일)에는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 기회를 살려 문재인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발표는 이례적이고 조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통 정상회담은 외교 당국 간 줄다리기가 치열해 실무 조율을 거치고 있더라도, 양국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미확정'이다.
실제로 청와대 측은 아베 총리의 기습 발표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정상회담 일정은 조율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표는 급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카드로 보인다. 그는 최근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자의적으로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지통신의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7.9% 포인트나 떨어졌다.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만 하더라도 아베 총리는 악화한 한일 관계를 타개하고자 문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도록 강하게 요구했다'라거나, '한일 지소미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정상 외교를 통해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상회담은 국회 문답 등과 달리 대화의 내용이 직접 공개되지 않아 일본 국내 여론을 고려해 실제 메시지에 덧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오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지난달 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열린 '11분' 환담에 이어 한 달 반만의 정상회담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회의장에서 11분간 약식 정상회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