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누구나 한 번쯤 아픈 짝사랑을 경험한다.
보통의 짝사랑은 시작도 끝도 혼자만의 일이다. 상대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거부한 채 사랑을 이어가고 끝내야 하므로 그 슬픔은 더욱 크다.
어차피 혼자만의 사랑이거니 하며 끝까지 짝사랑을 이어나가기도 하지만, 헛된 희망은 언젠가 산산이 부서진다.
혼자서 4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짝사랑해온 여성 A씨도 그랬다. 설렌 마음을 안고 그를 만났으나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A씨의 손에 들린 건 그의 '청첩장'이었다.
A씨의 사랑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여중-여고를 나와 공대를 진학한 그녀는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과 분위기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홀로 1학년을 보낸 A씨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전공 수업 시간 도중 한 남자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멋쩍게 미소를 보냈다.
학생회 임원이었던 그는 과에서 유일한 여자였던 A씨를 살뜰하게 챙겼다. 그러다 보니 동기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됐고, A씨는 자신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점차 의지하게 됐다.
차로 등하교를 하던 A씨가 집 근처 신호에 걸려 그를 발견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 가까운 곳에 살았던 두 사람은 그날 이후 등하교를 같이했고 관계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아침에 A씨의 차에 타던 그는 언제부턴가 아침에 라떼를 챙겨오기 시작했다. A씨는 하루의 시작을 그와 미소로 시작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내렸다. 작은 우산을 쓰고 차까지 걸어가는 동안 두 사람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거리가 가까웠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차에 타고 난 후 정적이 흘렀다. 그 분위기를 깨고자 A씨가 튼 음악은 또 한 번의 우연처럼 그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A씨는 비로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다.
짝사랑은 시작됐으나 A씨는 서툴렀다. 그와 같은 게임을 하고 같은 영화를 보며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자신의 진짜 감정은 티 내지 못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자신을 향한 자책을 이어갔지만 먼 미래에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또 혼자 설렜다.
3학년 1학기, 그가 군대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땐가 싶어 차를 몰고 빠르게 그에게 달려가 고백하려 했으나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그가 제대했다. A씨는 사회로 나왔고 그는 복학을 했다.
점점 기대감이 커지던 그때. 그와 A씨, 그리고 A씨의 친한 언니가 함께한 술자리에서 A씨의 친한 언니는 그의 번호를 물었다. 그는 쉽게 자신의 번호를 찍어줬다.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지만 A씨는 그 또한 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가 됐고 오래지 않아 그에게서 청첩장을 받게 됐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을 서두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일주일을 앓았다. 지난 4년 8개월의 시간이 주마등같이 흘러갔고, A씨는 그 시간 최대한 빨리 감정을 정리하려 했다.
뜨겁게 폭발하던 마음은 천천히 식을 줄 알았으나 결국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A씨는 고통을 감내하며 그 마음을 떼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흔적은 오래가겠지만 영원하진 않겠지?"
A씨의 마지막 말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A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마음속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