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천 기자 = 구하라 씨의 죽음을 두고 시민단체와 녹색당이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29일 녹색당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6개 시민단체 연대체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여성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흰 꽃을 들고 재판을 담당한 오덕식 판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앞서 구하라 씨는 지난해 연인이었던 최종범 씨로부터 재물손괴, 상해, 협박 등의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최종범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최씨의 데이트폭력 등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의를 받지 않았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제보하지 않은 데다 이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 부장판사는 구하라 씨의 영상을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오 부장판사는 구하라 씨 측에게 성관계 영상을 봐야 한다고 했고 실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공동행동과 녹색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공동행동과 녹색당은 "오 부장판사의 죄가 크다"면서 "오 부장판사는 구하라 씨의 영상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법정에서 공개한다는 건 2차 가해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영상의 내용이 중요하다며 재판장 단독으로 영상을 봤다. 그리고 결국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정다연 녹색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출마자도 오 부장판사의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했다.
정 예비후보는 "성범죄 사건 판결문에 굳이 필요 없는 성관계를 나눈 구체적인 장소와 횟수를 기재함으로써 여성의 범죄 피해 사실을 구경거리처럼 전시한 오덕식 판사는 대한민국 재판관으로 설 자격이 없다"며 "양심이 있다면 오덕식 판사는 스스로 법복을 벗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법부는 판사들의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고 법관 임명 및 인사에 성인지 감수성 평가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