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형 기자 = "게딱지를 양보해주는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되겠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A씨는 최근 3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주말을 맞아 한옥마을에 데이트하러 갔다. 한참을 신나게 놀다 보니 해는 이미 저물었고, 배는 밥을 달라고 요동쳤다.
"꼬르륵..." 갑자기 배에서 나온 소리에 A씨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모습이 귀엽다는 듯 남자친구는 A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가 맛있는 집을 알아"라고 말한 뒤 식당으로 안내했다.
남자친구가 자신 있게 데려간 곳은 유명 간장게장 집이었다. 예전에 A씨가 간장게장을 먹어보고 싶다고 흘린 말을 기억한 것이다.
A씨는 설레는 마음에 난생처음 간장게장을 먹었고, 한 입 베어 문 몸통에서 나오는 게살은 달콤하게 입안을 감쌌다. 연신 감탄사만 뱉으며 먹는 데 집중하던 찰나 간장게장이 가득했던 그릇은 이미 텅 비었고 게딱지 하나만 남아있었다.
간장게장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게딱지에 비벼 먹는 밥이 '존맛탱구리'라는 사실은 알았던 A씨는 내심 게딱지를 먹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몰라준 채 남자친구는 해맑은 표정으로 게딱지를 가져갔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밥과 참기름을 섞어 게딱지에 야무지게 비비는 남자친구가 왠지 얄밉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고개를 숙이던 찰나 고소한 참기름과 흰 쌀밥이 어우러져 환상의 요리로 재탄생한 게딱지가 A씨 앞에 놓였다.
"원래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거야! 빨리 먹어봐"라는 말과 함께 남자친구는 A씨에게 게딱지를 내밀었다.
A씨는 자신도 먹고 싶을 텐데 흔쾌히 게딱지를 양보한 남자친구에게 감동했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앞서 이와 비슷하게 새우를 까주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결혼을 결심한 여성의 사연도 전해진 바 있다.
뜨거운 새우지만 자신을 위해 까주는 남친의 모습을 보고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사연자에 많은 사람이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많은 여성이 지금의 남자친구와 평생을 함께 하는 데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생 함께할 사람의 마음이 지금 같이 변하지 않을지, 그것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사연 속 여성들은 게딱지를 양보하는 것과 새우를 까주는 모습에서 남자친구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단순히 그런 행동 하나가 아니라 그동안 보여줬던 꾸준한 배려와 마음이 그런 행동들로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듯 보이는 양보와 배려의 행동에서 여자친구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남자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확신을 갖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마음에 감동받아 확신하게 됐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감동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