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굶는 다이어트로 4개월 동안 15kg 감량에 성공한 A씨. 170cm에 이르는 큰 키임에도 다이어트 후 그의 몸무게는 40kg대를 기록했다.
무작정 굶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가 탈모도 찾아왔으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살을 뺀 후 입지 못했던 크롭티와 짧은 바지, 비키니를 입을 수 있었고 인생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A씨의 스토리는 주변에서 항상 화젯거리가 됐고, 살을 빼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시선에 자신감도 생겼다.
변화한 삶이 주는 많은 것들.
그 달콤함에 젖은 A씨는 더욱더 살을 빼는 데 매진했으나 그 처절한 노력은 결국 '폭식증'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폭식증이 찾아온 A씨는 이제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남들이 잠든 새벽 편의점에 가서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기가 일쑤다.
40kg대였던 A씨의 몸무게는 2주 만에 55kg이 됐고 이제는 음식을 욱여넣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TV와 SNS에는 수많은 다이어트 성공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안에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예쁜 몸매를 뽐내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특히 '카페인(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일상화된 요즘 차곡차곡 쌓인 타임라인에서 오는 상대적 우울감과 박탈감은 더욱 크다.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에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의 자극제가 되고 일부는 그 뒤를 무리하게 따르다가 치명적인 부작용에 시달린다.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도 그중 하나다.
A씨가 겪는 폭식증은 다이어트 때문이라기보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 타인의 시선에 대한 민감한 반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폭식증 환자들은 170cm에 55kg이라는 A씨처럼 정상 체중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외모에 만족을 못 한다.
때문에 폭식 이후에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혐오감, 열등감에 시달리고 불쾌한 감정은 구토로 이어진다.
이는 심각한 신체적 부작용을 일으켜 위에 구멍이 뚫리는 위천공 등 소화계 이상은 물론 심장마비의 가능성까지도 높인다.
책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날'의 저자 박지현 심리상담사는 지난 2017년 웹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폭식증은 '의지와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감추다가 증상이 커진다. (의지가 약하다고)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서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치료의 열쇠가 있기 때문에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즉 마음을 치료해야 폭식증 등의 섭식 장애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은 완벽할 수가 없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전제인데 스스로 자꾸 속는다"며 "가장 매력적인 건 나다움을 유지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