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9월 수능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갔다. 2020학년도 수능 문제를 내기 위함이다.
말이야 '합숙'이지 수능 시험이 치러질 때까지 이들의 모든 사생활은 외부로부터 차단된 이들의 상황은 사실상 '감금'에 가깝다.
지난해 수능 출제 위원들은 46일간의 합숙 생활을 마치고 수능 마지막 응시영역 시험이 시작된 후 해방됐다.
합숙한 인원은 교수와 교사 등으로 구성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인쇄위원, 행정 인력 등을 포함에 약 900여 명으로 이뤄졌다.
출제위원들은 휴대전화 반납은 물론 신용카드조차 사용하지 못한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장소가 노출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자신의 지인들에게 해외 출장을 간다고 거짓말을 한 후 합숙에 임한다. 연락은 모두 차단된다. 합숙 기간에는 가족들과도 연락할 수 없다.
합숙 장소에서 사용한 쓰레기와 음식물들도 수능 시험이 끝난 후에야 반출된다. 반출 시에는 보안 요원이 문제가 없는지를 직접 확인한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합숙 중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다. 단 이때도 보안요원과 함께해야 하며 어떤 이야기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수능 출제 위원들을 괴롭히는 건 문제를 출제하는 일이다. 문제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뻔한 문제가 아닌 창의력 있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예상 난이도와 EBS 교재 연계율도 염두에 두면서 만들어야 하고, 국어 비문학의 경우 모든 지문을 출제 위원들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
어렵게 한 문제를 만들면 여러 출제 위원들이 토론을 거친다. 길게는 한 문제로 2~3일간 논쟁을 벌일 때도 있다고 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 수능 출제위원들은 문제에 대한 압박감과 오류에 대한 두려움 등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받는 수당은 하루 35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합숙 기간을 생각하면 1천만 원이 넘는 큰돈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출제위원 섭외를 고사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힘든 감금 생활을 견뎌내는 이유, 오랜 시간 피땀 흘려 공부해온 전국 55만 수험생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