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형 기자 = 학교폭력을 당한 기억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남성의 고백에 누리꾼들이 위로와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람들과 평범하게 이야기하는 게 힘들다'는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을 공개한 A씨는 학창 시절 한 학생한테 아무런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했다.
이후 몇년간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 A씨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보니 자연히 말도 없어지고 아예 말하는 방법까지 잊어버게 됐다고 털어놨다.
성인이 돼서도 사람을 대하기 어려웠던 A씨는 일을 하러 가도 일상 얘기조차 하기 힘들었고, 주변 동료들은 A씨를 점점 피하는 것만 같았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때도 내용을 생각하느라 10분 이상이 걸렸다는 A씨. 혹시나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말이면 어떡하나, 시작과 끝은 어떤말로 해야하나 늘 고민하는 스스로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괴롭힘당하기 이전에는 활발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힘들다. 대화하는 게 시험을 치기보다 어렵다"며 "또다시 무리 속에 들어가서 적응할 자신이 없다"고 괴로워했다.
우울증, 대인기피증으로 정신과 약을 처방받고 있다는 A씨는 노력하고 있지만 평범한 대화는 물론 사람들 시선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피해자의 고통은 정말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아주 어렵겠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수밖에 없다"며 "정신과 치료와 더불어 심리 상담도 받아보고 마음을 최대한 가볍게 해라. 그다음 조금씩 작은 주제로 이야기해보면 정말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는 학교폭력 때문에 남중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3월 말에는 의정부시의 한 남자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췌장 일부가 끊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6만여명에 달했다.
이는 17년 3만 7천여명과 18년 5만여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를 보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무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대전의 한 중학교 학생은 학교폭력에 시달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얼마 뒤 가해 학생과 어울리는 다른 학생에게 폭행당했다.
또 다른 학교폭력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음에도 5일 출석 정지 징계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처벌을 비롯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과 피해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 치료 등 피해 회복을 위한 교육 당국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