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열흘' 굶고 마트에서 빵 훔쳤다가 체포된 지체 장애인 '정규직'으로 채용한 포스코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배가 너무 고파 마트에서 빵을 훔쳤던 청년이 포스코에 취업했다.


1일 포스코는 이른바 '청년 장발장'이라 불리는 마트 절도 범인 A(35)씨에게 취업을 위한 면접 기회를 제공한 뒤 최종 합격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10월) 18일 오전 2시 20분께 광주 북구 용봉동 한 마트에서 5만 5천원 상당의 빵 등을 훔쳐 경찰에 체포됐다.


지체 장애 6급인 A씨는 당시 직장이 없어 생활비를 벌지 못하고 있었고, 열흘을 굶다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범죄는 범죄지만 열흘을 굶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휴먼스를 통해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후 즉각 광주 북부경찰서에 A씨에 대한 취업 지원을 제안했다.


북부경찰서 형사과는 A씨와 함께 상의한 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포스코휴먼스 측에 전달했다.


형사들도 A씨의 안타까운 현실에 공감해 많은 도움을 줬다. 면접을 보러 갈 차비가 없는 A씨를 위해 포스코휴먼스 본사가 있는 포항까지 함께 향했다.


A씨는 면접 과정에서 "허리에 철심 6개를 박았는데 포스코 공장 내 세탁물 배송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는 면접관 질문에 "할 수 있다"고 강하게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의 의지를 확인한 포스코휴먼스 측은 합격을 결정했고, 그날 바로 통보했다.


이제 A씨는 당당히 포스코휴먼스의 직원이 됐고, 오는 4일 월요일 포항으로 정식 출근할 예정이다. A씨는 포스코 제철공장 등에서 세탁물을 수거하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채용조건은 정년이 보장되는 정직원이며, 계약된 연봉을 제외하고 주거비 300만원을 특별 지원한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포스코 측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이라는 포스코 경영이념을 어떻게 실현할까 고민하던 찰나 A씨 사연을 접했다"면서 "회사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휴먼스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가 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국내 1호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전체직원 670명 중 280명이 지적·지체·시각·청각 장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