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이 국가에 귀속된 친일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은 민영휘 후손 유모씨가 대표로 있는 영보가 국가를 상대로 "서울 강남 세곡동에 소재한 토지 1,400여㎡ 대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민영휘는 1910년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던 친일파다. 그는 일제 강점기 조선 최고의 갑부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소송을 낸 유씨는 민영휘 셋째 아들 민규식의 의붓손자다. 

국가는 소송 과정에서 유씨의 할아버지 민규식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역임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봤다. 

그러면서 해당 토지에 대해 "민규식이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민규식이 자신의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부친인 민영휘의 친일 행위 대가로 취득한 친일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심은 유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민규식이 6·25전쟁 시기 납북됐고 1985년 2월 28일 영보의 대표 사원에서 해임됐다가 처리된 점을 비춰 민규식이 영보에 이 사건 토지를 출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땅이 친일재산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더라도 유씨가 소유권을 주장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유씨의 항소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