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최대 풍속이 75m/s인 대형 태풍 하기비스가 열도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 태풍 하기비스가 과거 일본에 1,200여명의 사망자를 남긴 태풍 아이다의 위력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와 일본 열도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아이다에 버금가는 엄청난 폭우를 뿌릴 수 있다는 경고성 예보를 내놨다.
1958년 가나가와현에 상륙했던 아이다는 산사태와 침수 등을 일으켜 1,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일평균 392.5mm의 폭우를 쏟아냈고, 바람은 초속 70m가 넘었다.
현재 하기비스는 중심 기압이 925hPa, 중심 부근 풍속은 초속 50~70m 수준이다. 빠르게 북상해 12일 오후 관동 지방에 상륙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부터 하루에만 도카이에는 600~800㎜, 간토에는 400~60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 지방인 호쿠리쿠에도 300~500㎜의 강수량이 예보됐다.
일본은 태풍의 강도를 '강한'(풍속 초속 33~44m), '상당히 강한'(풍속 초속 44~54m), '맹렬한'(풍속 초속 54m 이상)으로 구분한다. 하기비스는 벌써 '상당히 강한' 태풍으로 분류되고 있다.
'보퍼트 풍력계급'에 따르면 초속 28.5∼32.6m인 '왕바람'이 10분간 불면 큰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건물이 쓰러진다. 초속 32.7m 이상인 '싹쓸바람'이 불면 배가 전복되는 등 큰 피해가 날 수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이 '상당히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상륙했던 적은 통계 집계 시작 이후 단 세 번뿐이다. 3차례의 태풍은 모두 대규모의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도쿄를 오가는 열차, 수도권 및 지하철 대부분 구간에서 계획 운휴를 실시했다. 사실상 철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항공 역시 운항이 중단됐다. 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도쿄 하네다공항과 나리타 공항을 발착하는 국내선 항공편 406편 전체를, 일본항공(JAL)은 350편을 결항시켰다.
이런 가운데 도쿄 등의 대형 마트에서는 생필품의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NHK에 따르면 도쿄 나카노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는 개점을 하자마자 건전지와 유리창에 붙일 테이프 등 방재 장비가 품절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