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오빠, 내가 화난 이유는..."
그땐 네가 나를 부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났다. 또 싸운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자고 다가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이라고 말하면 너는 표정을 구겼다.
네가 "오빠 난 대화를 하고 싶어. 우리가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면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 하잖아. 그럼 대화를 해야지"라고 할 때 나는 숨이 막혔다.
왜 네가 하는 모든 말이 잔소리처럼 들리기만 했을까.
그날은 너에게 화를 냈다. "제발 그만해! 너 이렇게 따지고 드는 거 진짜 숨 막혀. 네가 이럴수록 나는 우리 미래를 그리기 힘들어"
내 말에 너는 결국 울었다. 그 후로 밝고 활기차던 너는 매일매일 어딘지 잔잔해 보였다.
넌 나를 보며 더 이상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잔잔하게 웃었고, 팔짱을 낀 채 걸었고,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불안해졌다. 네가 매일 같이 하던 "오빠 우리 결혼해서 평생 같이 있자"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귄 지 2년째 되던 날, 나는 새로 들어간 직장 생활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식당도 예약하지 않았다. 너는 한참을 걷다가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나에게 선물을 내밀며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오빠, 우리 헤어지자. 오빠 옆에서는 내가 나로서 살 수 없는 거 같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너와 사귀고 주변에서는 나보고 '여자친구를 잘 만나 훨씬 밝아졌다'라고들 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도 않았고, 모든 게 완벽하기만 했는데 왜. 그런데 네가 하는 말을 들으니 서서히 눈이 뜨였다.
"오빠, 난 오빠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빠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 수는 없어. 오빠랑 있으면 내가 가진 빛을 잃는 느낌이야.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항상 오빠한테 맞춰주고... 그건 사귀는 게,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채로 늘 옆에서 웃고 있던 너는 사실 죽어가고 있던 거였구나. 나는 너를 너무 몰랐다. 우리 관계에서 내 편의만 신경 썼던 것이다.
내 이기심이 네 빛을 죽이고, 결국 떠나게 했다. 나는 이제 와서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나와 같이 곁에 있는 보석에 무뎌져 함부로 대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사랑하는 여자가 대화를 하자고 하면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자. 원한다면 대화도 30분이든 1시간이든 하자. 그녀가 원하는 건 고작 그것뿐이다.
게임하는 시간에 절반도 안 되는 시간과 마음을 그녀에게 주기 아까워했던 나는 이렇게 벌을 받고 있다. 여러분은 부디 사랑하는 여자가 떠난 뒤에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위 내용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성의 사연을 각색한 것이다. 남성은 결국 그렇게 3년간 사귄 여자친구과 헤어지고 홀로 후회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너무 오래 곁에 있어 마치 공기같이 익숙한 사람이 있다.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중요한 인물들이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홀해지기 너무도 쉽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대표적인 예다. 글 속의 남성처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지금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움을 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