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부산 사직 야구장에 가면 조금은 특별한 '팬 문화'를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라 문화'다. 아주라는 "아이에게 줘라"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말의 뜻은 "야구장에서 홈런볼·파울볼을 잡으면 아이에게 양보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어른이 공을 잡으면 곳곳에서 관중들이 "아주라! 아주라!"를 외치고, 아이들이 스스로 달려오거나 부모가 어린아이들을 들쳐 업고 달려오기도 한다.
최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야구장을 놀이동산처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갈수록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을 하게끔 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적어도 3, 4년 전쯤부터는 아주라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곳곳에서는 대체적으로 이 아주라 문화를 극혐하는 반응이 우세하다.
그래서였을까. 어제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온 '아주라 문화 파괴 사건'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2019 신한 MY CAR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vs 기아 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 중 1루 쪽 관중석으로 파울볼이 날아 들어갔다. 이를 잡기 위해 관중들이 몰렸지만 승자는 20대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멋스럽게 파울볼을 캐치한 뒤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어깨에는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그때, 네댓명의 아이들이 그를 향해 다가갔고, 손과 글러브를 내밀며 공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몸으로 "아주라! 아주라!"를 외친 것이다.
하지만 이 청년은 그러한 호의는 자신의 영역이지 타인에게 강요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일방적인 '호의 강요'에 굴하지 않고 썩소를 지었다.
유유히 자신의 가방을 연 뒤 손에 쥔 공을 손목 스냅을 이용해 꽂아 넣었다.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누리꾼들은 이 청년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내보이면서 이 기회에 아주라 문화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연하게 자기들을 줄 거라고 생각해 다가가는 아이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역시 호의는 개인의 영역일 뿐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영상을 본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들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경기장 내에서 아주라 문화를 당연하게 만든 어른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야구팬은 이 아주라 문화가 없어지지 않아 어른이 홈런볼·파울볼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끝내 공을 그냥 경기장 멀리 던져버리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