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한 명도 낳지 않는다.
출산은 물론 결혼까지 주저하는 청년들이 많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후 지난 12년 동안 정부는 130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지금까지 출산·육아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시행됐지만 정작 혼인 건수는 7년째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 7,600건으로 전년보다 2.6%(6,800건) 감소해 1972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30대 초반 남성, 20대 후반 여성의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이 감소해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혼인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 앱 '알바콜'이 2030 회원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5.4%가 '결혼과 출산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는 '돈 문제'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결혼과 출산이 필요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25.3%가 그 이유에 대해 '금전적인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현재 20~30대 청년들에게는 '결혼은 곧 비용'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결혼을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는 주거지가 있어야 하는데 청년들이 감내하기에 집값은 너무 비싸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발표한 '2018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3,085만 원이었고, 이 중 1억 6,791만 원(72.2%)이 주택 자금이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29세 이하의 평균 소득이 215만 원임을 감안할 때 청년 한 명이 한 푼도 안 쓰고 6.5년을 모아야 주택 자금이 마련된다.
물론 이 또한 취업에 성공했을 경우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7월 청년실업률은 9.8%로 매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은 아직도 옛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혼하더라도 날로 치솟는 양육비와 교육비가 문제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 여성 2명 중 1명은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더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2.16명으로 조사됐으나 출산한 자녀 수는 평균 1.75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고용 및 주거 환경으로 인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청년들은 말한다.
"저희는 먹고살기 바빠 결혼도, 애 낳을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지난 12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이 저출산 대책이라며 쓴 130조 원. 130조 원이 청년들에게 체감으로 느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