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수)

"가난하면 애 낳지 마세요"…10대 왕따 문제가 대한민국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야 이 200충아. 임거 사는 기생수 주제에 놀 돈은 있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이 외계어 같은 문구에 숨겨진 뜻을 혹시 알고 있는가.


아마 이 문구가 어떤 뜻을 지녔는지 눈치챈 이들이라면 씁쓸함에 고개를 떨굴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상대를 비하하는 모욕적인 은어로 가득한 이 문구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여기서 '200충'은 월급으로 200만 원을 받는 부모를 둔 저소득층 친구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이며 '임거'는 임대아파트 거주자, '기생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플레이리스트'


고작 10살 내외인 초등학생들이 부모의 월수입과 사는 곳, 아파트 평수 등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며 계층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빈곤층에 속한 10대들이 '가난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왕따를 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돈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난을 바라지 않았음에도 가난하게 살아가게 된 아이들에게 이러한 부당한 대우는 가슴에 큰 상처로 남는다.


이러한 세태를 방증하듯 요즘 2030 세대는 결혼을 하더라도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언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amgesKorea


지난 29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난한 집 제발 애 낳지 마세요. 욕심이에요"라는 제목으로 사연 하나가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글쓴이 A씨는 "어떤 애도 자기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아요. 본인들이 낳고 싶어서 낳는 거죠"라며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는데 일방적으로 낳는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요새 친구들끼리 치킨, 떡볶이, 카페, 노래방만 가도 하루 만 원 뚝딱이다"라며 "애가 이런 것 하나 못 참여하고 친구 없이 자라나길 원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A씨는 "요새 평수 넓은 임대아파트에 살아도 놀림당하는 현실"이라며 "초등학생들은 대놓고 너희 집 몇 평이냐 묻고 포털에 가격을 검색해 편을 가르고 무시한다"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남들 다 하는 데 자기만 못하는 심정이 어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기분이 어떨지, 어릴 때부터 상처받고 가슴 찢어지며 자라는 건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A씨.


자신이 직접 겪은 삶이기에 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는 A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삶이 싫어 매일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A씨는 "물론 놀리는 애들이 잘못된 걸 안다"면서도 "사회가 잘못된 거지만 인식이 바뀌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 비참한 기분을 매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애 입장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행복하게 못 해줄 거면 낳으면 안 되는 게 맞는 듯", "요즘 애들 진짜 약아서 자식 키우기 너무 힘들 듯", "애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준비 안 되면 낳질 말자"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난하면 아이를 낳을 권리도 없다는 식의 반응이 다수를 이루자 일각에서는 저조한 출산율 문제를 들며 씁쓸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