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연애 초반 뭘 해도 멋있는 남자친구였다.
함께 밥을 먹을 때면 가리지 않고 뭐든 맛있게 잘 먹는 남친의 모습에 엄마 미소가 지어지고, 어깨를 들썩이고 쩝쩝거리며 먹는 모습까지 남자다워 보였다.
그러다 콩깍지가 벗겨질 때쯤부터 남친의 부족한 '식사 예절'이 하나 둘 거슬리기 시작했다.
하나씩 지적하던 잔소리는 쌓여만 갔고 결국 남친과 크게 싸우게 됐다.
그저 식사 예절 좀 지켜달라는 것이었는데 남친이 '네가 예민한 것'이란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위 글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을 각색한 것이다.
사연 속 A씨는 라면에 김밥을 적셔 먹는 남자친구에게 식사예절을 말했다가 예민하단 소리를 듣자 누리꾼들에게 누구의 문제인지 의견을 듣고자 글을 게시했다.
A씨에 따르면 1년 정도 교제한 남친은 원래부터 식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
쩝쩝 거리는 소리는 물론,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식탁에는 팔을 괴고 앉아서는 반찬을 뒤적거리기 일쑤였고, 다 먹었다는 밥그릇엔 밥풀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조용히 먹어', '깨끗이 먹어', '팔 내려' 하나씩 지적하던 잔소리에 발끈하며 반항했던 남친도 어느 순간부터는 말을 듣고 식사 매너를 지켜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밥 집에서 기어이 사단(?)이 났다. 김밥 두줄에 라면을 사서 함께 나눠먹고 있는데, 남친이 김밥을 아무렇지 않게 함께 먹는 라면 국물에 푹 담가서 먹는 것이었다.
김밥 속 재료와 밥알, 참기름이 국물에 둥둥 떠오르는 것을 보자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A씨는 한소리 했다.
"같이 먹는 국물이니 김밥 먹고 따로 떠먹든가 아니면 국물을 따로 퍼가서 담가 먹어."
그러자 적반하장(?)으로 남친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화를 냈다.
"너 때문에 밥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다. 제발 밥 좀 편하게 먹자"
남친은 또 'A씨가 너무 예민한 것'이라고 말해 싸움에 불을 지폈다.
기본적인 식사 예절이라 생각한 A씨에게 예민하다며 맞선 사연 글이 공개되자 댓글 또한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A씨에게 공감한 사람들은 "충분히 비위 상할 일이다", "비위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예의고 배려의 문제다", "잘못해놓고 예민하다고 말한 태도도 문제다"는 등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반면 "A씨가 너무 예민하다", "남친이 그러는 건데 너무 유난스럽다", "얼마나 잔소리를 했으면 남친이 그러겠냐", "밥먹을 때마다 피곤했겠다" 등 남자친구를 두둔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와 함께 "식사예절 없는 남자 절대 못 고친다" 혹은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으면 마음이 떠난 거다", "이런 게 바로 안 맞는 거다" 등의 댓글을 달며 헤어지라는 냉담한 반응도 상당수였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한 사람에게는 '기본'이고 '배려'인 것이 상대방에게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네가 틀렸으니 고쳐' 또는 '나는 원래 이러니 네가 참아'라는 것은 건강한 연인 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는 '폭력'과도 같다.
서로의 '다름'이 상대에게 상처나 고통이 되지 않도록 당사자들만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