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CCTV 영상 보고 싶으면, 가서 가해 교사들에게 '동의' 구해와"

어린이집에서 상습 성추행·폭행을 당한 아이들의 부모에게 경찰이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조선일보는 최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등 3명에게 학대를 당한 피해 아동의 부모들이 서울 강북 경찰서에 CCTV 확인을 위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북 수유동 'D" 어린이집의 몇몇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원장과 교사 등 3명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의 해당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보고 싶다"고 열람 신청을 했다. 

경찰은 법적으로 어린이집 CCTV 영상의 보관 기한이 최대 두 달이라며 이 기간을 벗어나는 영상을 열람하고 싶다면 '정보공개청구'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학부모 측은 경찰의 안내대로 즉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경찰은 돌연 제3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제3자 정보제공 동의서'를 CCTV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 "가해 교사들에게 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형사사건에서는 CCTV 등에 찍힌 범죄 사실을 확인하려면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CCTV 영상 속 교사들은 열람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피해 학부모 측은 CCTV 영상을 확보해놓고도 가해 혐의를 받는 교사들의 공개 거부 때문에 아직도 피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혐의를 받는 교사들에게 동의를 받아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절차가 그렇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피해자가 가해자 동의를 받아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게 말이 되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각종 형사사건에서 'CCTV 열람 조건'은 그 실효성에 대해 꾸진히 문제 제기돼 왔다. 가해자가 당연히 허락할 리 없는데, 왜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많다. 

이 같은 규정은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