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사람이 만든 '고자 모기'가 활개친 뒤 모기가 멸종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여름마다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모기'. '윙윙' 거리며 귓가를 맴돌아 밤잠을 설치게 하는 것은 기본, 온몸을 물어뜯어 가려움과 상처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모기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균을 옮겨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해충 중의 해충이다.


유일하게 허용되는 학대가 '모기 학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만큼 사람들은 모기를 싫어하고 모기의 박멸을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모기 박멸을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도 지속돼 왔는데, 최근 '불임 수컷 모기'로 모기가 멸종되고 있음이 포착돼 주목받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7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중산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국제원자력기구 공동 해충통제연구소 등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연구팀은 방사선 기술과 '세균'을 함께 사용해 만든 불임 수컷 모기로 모기의 박멸이 가능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 냈다.


연구팀은 중국에서 뎅기열 전염이 가장 높은 광저우에 있는 두 섬에서 흰줄숲모기(Asian tiger mosquito)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수컷 모기에 방사선을 쬐어 생식능력을 한차례 떨어뜨린 다음 '볼바키아(Wolbachia)'라는 세균에 감염시킨 수컷 모기를 야생에 방사했다. 


볼바키아는 곤충의 세포 속에 기생하면서 곤충의 생식 능력을 저하시키는 세균으로 볼바키아에 감염된 곤충이 알을 낳으면 부화가 안 되거나 유충의 수명이 줄어든다. 


사진 제공 = 질병관리본부


방사선을 쬐고 볼바키아에 까지 감염돼 사실상 생식능력을 잃은 수컷 모기들을 야생에 방생한 뒤 연구팀은 암컷 모기의 개체수를 2년 동안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2016년에는 83%, 2017년에는 94%까지 평균 개체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QIMR Berghofer 대학의 분자 생태 학자 Gordana Rašić은 "이번 볼바키아를 기반으로 한 (모기 박멸) 접근법은 매우 유망한 전략"이라며 "모기 매개 질병의 발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큰 지역의 효과적인 공중 보건 전략으로 이 기술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