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훈련병 남자친구를 둔 여대생 A씨는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가 힘든 군 생활을 이겨내고 힘을 낼 수 있을지 무수히 고민했다.
군대 안에서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을 보내볼까, 아니면 영양제나 간식처럼 몸에 좋은 식품을 보내볼까.
A씨는 남친이 과연 어떤 선물을 좋아할지 밤을 새가며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뇌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내는 것.
뼛속까지 천상 이과생이었던 그는 남친을 위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편지를 준비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군 여대생의 편지 사연이 재조명됐다.
게시물 속 편지에서 A씨는 "편지 쓰면 힘들어질까 봐 안 쓰려다가 훈련소에서 받은 편지는 기억에 오래 남는대서 몇 자 적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자신은 잘 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그는 "이따금씩 거리를 지날 때마다 오빠 향기가 스친다"며 "30초에 30번꼴로 생각난다"고 남친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후에도 남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덤덤히 풀어간 A씨는 "편지를 쓰게 된 본론을 말하겠다"라면서 갑자기 "49 20 77 61 6E 6E 61" 등으로 시작되는 문자를 써 내려갔다.
이어 "민감한 정보라 락 걸었다"며 "엄청 나중에 여유 되시면 풀어보시라"는 말만 남긴 채 편지를 맺었다.
얼핏 보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이 숫자들은 사실 '16진법'을 이용해 문장을 숫자로 바꾼 것이다.
16진법은 4비트로 1자리의 숫자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주로 컴퓨터에서 널리 쓰이며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기기 분야에 깊게 파고든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표현방식이다.
A씨의 편지는 이 16진법을 컴퓨터에서 활용하는 '아스키코드'에 대입해 풀어야 해독할 수 있다.
해당 방식으로 편지를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영어 문장이 등장한다.
"I wanna see you so much
If you give me an hour
I'm just looking at your face.
I don't want to be with someone you're not.
So, I'll be alone for the time being"
이 문장들을 해석하면
"나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나에게 한 시간을 준다면 나는 당신의 얼굴만 보고 있을 거야"
"나는 당신이 아닌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당분간은 혼자 있을 거야"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탄생하게 된다.
사랑하는 군인 남친을 위해 세상 하나뿐인 '이과생'스러운 편지를 선물한 A씨의 사연은 지금껏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