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쌀국수나 똠얌꿍, 반미 샌드위치 등 동남아 음식에는 우리나라 음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향신료 '고수'가 들어간다.
고수는 특유의 향긋한(?) 맛이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외국보다 한국에는 유난히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음식에 고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동남아 여행을 가기 전 "고수는 빼주세요"라는 문장을 그 나라 언어로 외우기도 할 정도다.
보통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수에서 강한 비누 향이 난다며 "역겹다"고 말한다. 왜일까.
지난 2012년 유럽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고수 향에서 비누 향을 느껴 싫어하는 사람 대부분이 알데하이드(Aldehyde) 화학 성분의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 'OR6A2' 유전자의 특정 유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OR6A2 유전자는 염색체 11번에 위치한 후각수용체로 단백질을 통해 후각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중 특정 유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4~10%에 해당하며 알데하이드 화학 물질의 향을 감지할 수 있어 고수에서 비누 맛이나 세제 맛을 느낀다고 한다.
간혹 고수를 못 먹는 친구에게 '아기 입맛'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그들은 역한 비누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이 고트프리드 박사에 따르면 해당 유전자 유형을 가진 사람도 고수를 많이 접하다 보면 고수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뇌가 냄새를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방식이 수정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역시 고수에 대한 선호도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경험과 인식 등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는 체내의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하니 되도록 멀리하지 말고 웬만하면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