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수)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이해승 자손에게 "300억 땅 가져가라" 판결한 법원

조선귀족열전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대한제국 황족 이해승(1890~1958)이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활동을 하며 얻은 땅 197만 1000㎡. 


이 땅의 가치는 2010년 시가로 약 322억원대에 달하며 친일파 168명에 대한 환수 대상 땅 중 가장 넓고 비싸다고 알려져있다.


정부가 이 땅을 국가 소유로 가져오기 위해 10여 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사실상 정부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KBS '9시 뉴스'


지난 26일 서울고법 민사 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또 이미 땅을 처분해 얻은 이익 3억 5천여만원도 국가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소유권을 이전 등기하라고 명령한 곳은 이 회장이 물려받은 땅 중 단 1필지(4㎡). 이마저도 인공수로로도 쓸 수 없는 토지다.


또한 땅을 처분해 얻은 이익 3억 5천여만원도 28지 가운데 8필지에 해당하는 값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을 두고 독립유공자 후손 및 누리꾼들은 "거물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참담한 판결이다"며 분노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앞서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이해승을 친일재산귀속법이 규정한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이해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197만1000㎡를 친일재산으로 보고 국가에 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친일파가 '한일 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사람'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해승은 단지 황실의 종친이라 작위를 받은 것뿐이다"고 주장하며 진상규명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친일재산귀속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여 3년 만에 땅을 되돌려 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덕혜옹주'


비난 여론이 일자 국회는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부칙을 신설해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미 확정판결이 이뤄진 뒤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 난바 있다.


한편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일제의 국권침탈(한일합병) 이후 1910년 10월 일본으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지위를 받았다.


이해승은 이완용 등의 주도로 설립된 친일단체인 불교옹호회의 고문을 맡기도 했으며 1928년에는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한 공으로 쇼와대례기념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