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비 기자 = 부모님을 도와드리겠다며 아르바이트를 나갔던 고등학생 딸이 '손목'이 잘려 살해된 지 18년째.
아직도 잡히지 않은 범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부모와 달리, 경찰은 "모두가 잊고 편안히 사는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아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조명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2001년 충북 영동군의 신축 빌딩 공사장에서 손목 없는 시신이 발견됐다. 사건은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놨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이 됐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장기 미제 사건이 된 데에는 경찰의 초기 수사 부실이 한 몫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초반부터 시신을 발견했던 작업반장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에게 집중해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작업반장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다른 증거와 정황들을 놓친 후였다. 실제로 경찰은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 중 한 명을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그가 사건 당일 부산으로 내려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가 정말 그날 부산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 2014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방송한 후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나타났다. 사건 당시 10살, 용의자와 마주쳤다는 20대 여성이었다.
목격자의 증언은 당시 경찰이 조사하지 않았던 남성과 일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에도 목격자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남성과 간 화장실이 시신이 발견된 곳과 연결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또한 허점이었다. 당시 화장실과 공사장 사이에는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존재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의 태도도 문제였다.
사건 당시 '굿'을 한 것에 대해 묻자 경찰은 "사건이 안 풀리니까 굿을 하는거다"라며 "왜 취재를 하러 다니냐. 방송을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거냐, 흥미 위주로 하는 거냐"고 물었다.
수사 기록 노트를 묻는 말에는 "이미 다 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하. 또 '그것이 알고 싶다'냐. 모두가 잊고 편하게 사는데 아픔을 상기 시키는 일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8시간이나 최며 수사에 참여한 제보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모두가 잊었다는 경찰의 말과는 달리 피해자의 부모는 아직도 하루하루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에서 살고 있었다.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도 범인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이제는 경찰도 사건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