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2일 차 훈련은 야간 00시(자정)까지 실시되오니 예비군 선배님들은 군장에 숟가락과 침낭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4년 차 예비군인 직장인 A씨는 최근 동원 예비군 훈련에 참석했다가 평생 잊지 못할 최악의 경험을 했다.
A씨가 예비군 훈련을 받은 곳은 최근 안 좋은 평이 쏟아지고 있는 7군단 예하 부대였다.
담당 간부는 입소한 모든 예비군의 휴대폰을 보안 등의 이유로 수거했다.
지난 4월 국방부는 육군 전 부대에서 훈련 시간 외한 휴식 시간에는 휴대폰 사용을 병사의 자율에 맡기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훈련한 부대는 아직 이러한 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았다.
1일 차 훈련이 끝난 뒤 막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30분쯤이었고 샤워만 겨우 한 뒤 오후 10시에 취침에 들었다.
2일 차 훈련은 야간 숙영이 더해진 철야 훈련이었다. A씨는 자신이 야외 텐트에서 잠을 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 훈련 일정은 일반 병사와 동일했다. 모래바람 가득한 훈련장에서 24시간 동안 식사와 훈련, 교육 일정이 진행됐다.
A씨는 부대에서 주는 식사를 보고 경악했다. 식판도 주지 않고 모든 밥을 '비닐'에 담아 먹으라고 한 것이다. 군 전역 이후 다시는 경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비닐밥'을 먹었다.
현역 군인에게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비닐밥'을, 사회 생활을 하며 세금까지 성실하게 낸 자신에게 강요하는 7군단에 분노가 느껴졌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훈련은 자정이 조금 안 된 시간에 모두 종료됐다. 이제 남은 것은 야외 텐트 취침이었다. 숙영지도 비닐밥처럼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숙영지 바로 옆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몰려온 모기가 숙영지 곳곳을 누비는 게 눈에 띄었다.
A씨는 훈련 동안 모기에 몇 방 물린데다 불침번 근무를 서면서 텐트 안까지 침투한 모기에게 수십 군데를 물렸다.
잠자리 또한 예비군에게 해서는 안 될 수준이었다. 딱딱한 돌밭 위에 설치된 텐트에서 자야 했기에 등·허리·어깨·골반 등 모든 곳이 불편했다.
취침 시간은 00시부터 06시. 고작 6시간이었는데 2시간의 불침번을 제외하면 잘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이었다. 그마저도 불침번 준비 시간과 마무리 시간을 빼면 4시간도 채 잘 수 없었다.
잠마저 앗아간 7군단의 행태에 분노가 느껴졌지만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3일 만에 폐인처럼 돼버린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나는 2년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며 국가에 몸을 바쳤고, 지금은 GDP에도 도움을 주고 세금도 다 내는데 왜 이런 '도구' 취급을 받아야 할까"라는 자괴감에 빠졌다.
과거 세 번의 예비군 훈련에서는 전혀 겪지 못한 일을 겪은 것은 분명 7군단에서 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이 훈련받은 병사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역이었다.
7군단 예하 부대 병사들은 과도한 '특급전사' 강요를 당해 피곤함에 절어 있었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 사기 또한 굉장히 저하돼 있었다.
실제로 A씨가 병사들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갖은 노력을 해 특급전사가 돼 포상휴가를 받아도 최대 휴가 일수가 제한돼 있어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아침 구보 연병장 9바퀴, 오후 구보 연병장 16바퀴는 언제나 고역이라고 하소연했다. 발목이 아파도 무릎이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 구보는 무조건 뛰어야 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7군단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체력단련의 경우 군의관이 환자로 진단하면 체력단련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에게 이렇게 과도한 수준의 훈련과 체력 단련을 요구하는 건 분명 비상식적이다.
A씨는 "내가 3일간 직접 경험하며 느낀 점은 '과연 이렇게 해서 무조건 병사들의 체력 수준이 올라가고 군기가 세워지겠냐'는 물음이었다"며 "아마 그곳에서 겪은 3일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인사이트 측에 "훈련은 규정에 의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서 '비닐밥'에 대해서는 "야외에서 반합으로 식사간 위생과 편의를 고려해 비닐을 지급한 것"이라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