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물타 도수 내리고 출고가 올려 돈 이중으로 벌었다"

Instagram 'official.chamisul'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국민 소주 '참이슬'의 소주 도수를 내려 주정값을 절감하고도 누적된 원가상승 요인으로 출고가를 인상한 하이트진로.


3년여간 누적된 인상요인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하이트진로가 순익보다 최대 3배 높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를 주로 소비하는 서민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해 최대 주주의 이익만을 보전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소협)는 보도자료를 내고 하이트진로가 소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알코올 도수 하락과 출고가 인상을 통해 돈을 이중으로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Instagram 'official.chamisul'


앞서 하이트진로는 이달 1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병당 1,015.70원에서 1,081.2원으로 6.45%(65.5원) 인상했다.


3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인상에 대해 당시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 2015년 11월 가격 인상 단행 후 원부자재 가격과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 출고가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3년간 누적된 인상요인이 10% 이상 발생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근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 측의 근거에 의문을 표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조금씩 내려 주정값을 절감해온 상황에서 가격 인상까지 단행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에 소협은 소주의 원가분석과 하이트진로의 손익현황을 분석,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검토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Instagram 'official.chamisul'


소협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올해 3월 17.2도였던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7도로 낮추면서 주정의 양을 병당 61.9mL에서 61.2mL로 0.7mL 절감했다. 줄어든 주정의 양은 물의 양을 늘려서 대체했다.


주정의 양을 줄여 이득을 본 건 병당 1.1원. 증가한 물의 양 때문에 물값이 0.2원 더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주정값 절감으로 얻은 병당 이득은 0.9원이다.


한 해 참이슬 후레쉬가 10억병 가까이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하이트진로는 이번 도수 하락으로 약 9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추가 이익을 취득한다는 풀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6년부터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9.8도에서 17도까지 꾸준히 낮춰 온 만큼 원가절감 효과를 누려왔지만,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소협이 하이트진로가 이중으로 이윤을 얻었다고 비판하는 논거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하이트진로의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소주사업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3%로 직전 연도와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맥주사업 부분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3.9%(289억원), -2.9%(204억원)의 손실을 냈다.


소협은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 인상을 통해 맥주 사업부문의 영업손실을 충당하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소협은 하이트진로의 높은 배당성향도 문제 삼았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배당금이 당기순이익보다 높았기 때문.


2016년에는 1.3배, 2017년에는 3배, 2018년에는 2.2배 높았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소협은 "영업이익, 원재료 비중 등 어떤 근거로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올 8월 안에 개정될 주류세 개정을 앞두고 미리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주류세가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되면 소주의 소비자 가격이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소협은 "관련 당국에서는 기업들이 개정 이후 정확히 세금의 인하분 혹은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