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연일 신기록을 달성 중인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 앞으로 세 명의 영웅을 다신 못 본다는 생각에 괜스레 씁쓸해진다.
특히 장례식이나 추모 장면조차 나오지 않아 팬들을 당황케 한 블랙 위도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는 타노스에 의해 사라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다. 블랙 위도우는 주위에 아무도 없던 자신에게 가족과 친구가 되어준 동료들로 인해 살 가치를 느꼈다며, 그들을 구하는 게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많은 영화 팬들은 이 같은 전개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답답해했다.
블랙 위도우가 호크 아이를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이 세세하게 그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의도가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마블 팬이라면 충분히 의아함을 살 만한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블랙 위도우의 이 같은 선택을 설명해 줄 추가 장면이 있었지만, 전개가 너무 어두워진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 감독은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블랙 위도우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
루소 형제에 따르면 타노스가 전 세계 사람의 절반을 사라지게 한 뒤 그려지는 5년 후의 장면은 의도적으로 선택됐다.
이들은 남아있는 멤버들이 인구의 절반이 사라진 세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초창기 각본에는 블랙 위도우가 사라진 히어로의 가족과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돌보며 잘 살아가는 것처럼 되어 있었다.
타노스의 스냅 핑거 이후 지구 전체 아이의 4분의 1이 부모를 잃은 설정이었고, 블랙 위도우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블랙 위도우가 호크 아이와 누가 죽을지 결정할 때 '부모 잃은 고아 아이들'까지 고려했다고 생각하면 그의 숭고한 희생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아를 다루는 이 같은 이야기는 영화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고, 분위기마저 암울하게 만들어 삭제되고 말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진은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토니 스타크가 세상을 구한 뒤 다 큰 딸을 만나는 장면, 토르가 캡틴 아메리카처럼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장면 등이 편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마블 팬들은 "조금 길어지더라도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의 서사를 풍부하게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모든 장면이 포함된 '감독판'이 나오길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