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인양품(MUJI),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폭풍 인기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최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 무인양품(MUJI)이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1980년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 탄생한 무인양품은 2004년 처음 한국에 진출했다. 초반에는 고전했으나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함께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 연매출 1,378억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데 무인양품을 거론할 때 꼭 같이 따라오는 한국 브랜드가 있다.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JAJU)다.
자주는 2000년 이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시작했다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0년 인수해 리뉴얼한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정 총괄사장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자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자주가 전개하는 생활용품 등 제품군이 무인양품의 것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는 사실. 나아가 제품 각각의 디자인 요소부터 매장 분위기, 심지어 쇼핑백까지 비슷하다고 꼬집는 이들이 많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솔직히 간판만 바꿔놓으면 무인양품인지 자주인지 구분이 안 간다. 무인양품이 잘 나가자 자주가 이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두 브랜드는 정말로 그렇게 닮아있을까. 둘을 비교해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현장에 다녀왔다.
지난 2일 기자는 먼저 무인양품 강남점을 둘러본 후 자주 코엑스몰점으로 향했다. 두 매장을 차례로 돌아보며 전체적인 분위기와 세부 판매 품목 등을 살폈다.
우선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했다. 둘 다 흰색, 베이지색, 회색, 검은색 등으로 꾸며진 색감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품목 자체도 비슷한 것이 많았다. 의류,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 전반적으로 '여기서 본 상품이 저기도 있군' 싶을 정도였다.
물론 무인양품과 자주 모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기에 제품 스타일이 겹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터.
하지만 제품의 디자인이나 색감부터 이들을 진열해놓은 모습까지 다소 과하게 겹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특히 같은 날 두 매장을 연달아 방문하니 더더욱 확연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나무로 만든 제품은 소비자가 무인양품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것 중 하나다. 따뜻함을 더해주는 느낌 덕에 나무 수저, 도마, 식기 등이 고루 인기다.
혹자는 이것이 무인양품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자주에도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갖가지 진열돼 있다.
나무 제품을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무인양품과 자주에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크고 작은 소품들이 매우 비슷하게 정갈한 느낌을 내며 진열돼 있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콘셉트 겹치지 않는다…자주는 한국적인 제품 판매"
이와 관련해 자주를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자주'와 '무지'(무인양품)가 이름부터 비슷해서 소비자가 그런 느낌을 받을 수는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둘의 콘셉트는 겹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주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한국적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메이드 인 코리아다. 가격대도 무인양품에 비해 낮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인양품은 대형 가구 위주로 판매를 하는 반면 자주는 소품이나 주방 집기류 등을 많이 판매하며, 자주는 최근 가전류도 출시해 차별점을 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인양품 측의 말은 달랐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무인양품이 대형 가구를 중점적으로 판매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생활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을 판매하고 있으며, 가전류 역시 우리도 판매한다"고 전했다. 다만 카피캣 논란과 관련해서는 "타 업체와 비교해 언급을 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자주가 무인양품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온 것"이라며 "소품부터 매장 분위기까지 비슷하게 구성해놓고 무인양품보다 가격을 낮춰 가성비로 밀어붙이는 전략인 듯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신세계그룹이 만든 것 중 해외 브랜드를 따라했다는 평을 받는 것은 자주뿐만이 아니다.
삐에로쑈핑-돈키호테, 스타필드-웨스트필드, 버거플랜트-쉐이크쉑, 노브랜드-노네임, 시코르-세포라 등과 관련해 숱하게 '카피캣' 논란이 따라붙었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따라쟁이'란 비판을 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의 무인양품, 그리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같은 날 두 개 매장에 직접 가보니 더더욱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기자만의 착각일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국내 젊은 층 사이에서 무인양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주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 수'를 둬야 할 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