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위조·인멸 혐의 삼바 자회사 임직원 구속 검찰 수사 시작된 후 최초로 삼성 임원 구속돼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이재용 부회장님, 엿됐어요. 삼바 증거인멸 간부들 구속됐어요."
4조 5천억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 여만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돼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삼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임직원 2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수사가 시작된 후 최초로 삼성 임원이 구속된 것.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삼성그룹 차원에서 개입이 있었는지 등의 여부를 수사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원 수십명 휴대폰·노트북서 특정 단어 검색해 파일 지워이재용 뜻하는 'JY'·합병·미래전략실 단어 들어가면 삭제해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전날인 29일 밤 10시 30분께 에피스 양모 실장과 이모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실장과 이 부장은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를 위해 에피스에 자료를 제출하라 요구하자 조작한 서류를 제출한 혐의와 검찰 수사를 대비해 관련된 내부 보고서를 지운 혐의를 받는다.
지운 파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미래전략실)'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실장과 이 부장은 직원 수십명의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해 파일을 삭제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은 자료를 대량 삭제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윗선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농단 이후 사라진 미전실 후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사업지원 TF 상무가 계열사 사장 스마트폰도 직접 살펴봐
하지만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자료가 집중적으로 삭제된 점 그리고 증거인멸 작업에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백모 상무가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을 토대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자부문 계열사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는 삼성의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통한다. 미전실은 국정농단 수사 여파로 지난 2017년 해체됐다.
현재 검찰은 백 상무가 에피스에 사무실을 차리고 증거 인멸을 진두지휘 했다고 보고있다.
미전실 출신인 백 상무는 양 실장과 함께 에피스 직원 수십명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하나하나 뒤져본데 이어 고한승 에피스 사장의 휴대폰도 직접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다. 상무급 임원이 계열사 사장의 휴대폰을 검사한 것이다.
검찰, 삼성전자TF 소속 상무가 증거인멸에 가담한 것에 주목 주진우 기자 "이재용 부회장님 X됐어요" 의미심장 트윗글 남겨
여기서 검찰은 삼바가 소속된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 대신 삼바와 관련이 없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상무가 증거인멸에 가담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삼바 분식회계가 단순한 계열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의심할 법한 대목인 셈.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주진우 기자는 트위터에 "이재용 부회장님 엿됐어요. 삼바 증거인멸 간부들 구속됐어요"라고 의미 심장한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