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3년 만에 1000억 날리고 면세점 접는 한화 김승연이 고민 깊어진 이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한화그룹 


한화그룹, 1천억 적자 누적에 면세점 사업 철수 결정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한화그룹이 면세점 사업 진출 3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9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정식 개장한 '갤러리아면세점 63'은 매년 적자를 거듭,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천억원을 넘겼다. 


결국 한화그룹은 2020년 말로 예정돼 있던 사업 종료 기간보다 1년 반가량 앞당겨 면세사업을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향후 백화점사업 강화와 신규사업 추진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갤러리아면세점 63 / 뉴스1


2015년 말 사업권 취득…경쟁 과다에 입지조건 불리해


한화는 2015년 말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3년 만에 시내 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로(지난해 기준)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예상치 못한 중국발 사드(THAAD) 제재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자 이를 기점으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한화의 경우 특히 '여의도'라는 입지조건도 좋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했으나 이들은 주요 시내면세점이 몰린 '명동'을 거점으로 삼았다.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따이궁이 명동을 뒤로하고 여의도 한화 면세점까지 갈 이유는 사실상 없었다. 


김동선 씨 / 뉴스1


김승연 회장 삼남 김동선 씨 부재로 '유통 부문' 공중에 떴다는 분석 나와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 201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씨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회사를 떠난 이후 한화그룹 내 유통 부문을 맡을 리더가 부재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한화그룹의 화학·방산 계열사,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 막내인 김동선 씨가 백화점·면세점 등 유통·건설 계열사를 맡는 후계 구도가 짜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김동선 씨(당시 한화건설 팀장)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본부 일원으로 참여하던 시절 면세사업에 적극 관여했으며, 갤러리아면세점 프리오픈 당시 기자간담회에 깜짝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좌)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우)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 사진 제공 = 한화그룹


2017년 잇따른 폭행 이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동선 씨 


하지만 문제는 2017년에 1월에 불거졌다. 당시 김씨는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 2명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하는 등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대형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 참석, 만취 상태로 변호사들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았다. 잇따른 폭행 이슈로 김씨는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 독일에서 식당을 오픈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씨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며, 유통 부문의 리더로 자리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한화그룹 


한화그룹, "업계 관계자들 관측과 실제 상황은 차이 있어"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김동선 씨는 원래 한화건설에 몸담고 있었으며 유통 부문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동관 전무가 화학·방산, 김동원 상무가 금융, 김동선 씨가 유통·건설 쪽을 맡으리라는 시각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라며 "각 계열사별로 CEO가 따로 있고 김 회장의 아들들은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동선 씨와 관련해서는 "(김씨는) 한화 유통 부문에 지분이 단 1%도 없으며, 당분간 경영 복귀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사진=인사이트


한화갤러리아, "신규 사업 확대에 역량 집중할 것" 


한편 한화갤러리아는 'No.1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기존 백화점 사업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안정성 확보로 갤러리아는 향후 2022년까지 전사 매출 4조원 목표 달성에 한 보 더 전진했다"며 "업계 트렌드를 선도해온 갤러리아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차별화된 '뉴 콘텐츠, 뉴 플랫폼' 개발로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