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공부 잘하는 사람이 멋있더라'는 너의 한마디에 나는 고대생이 됐어"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나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멋있더라"


그렇게 시작됐던 것 같다. 나의 미래를 걱정하며 눈물 흘리시는 엄마를, 성적표를 보며 담배를 태우시던 아버지를, 나를 비웃던 누나를 무시하며 살아온 내가 '펜'을 잡게 된 건 너의 그 한마디였다.


한 남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가 돼 힘든 수험생활을 함께 견뎌온 여자 사람 친구에게 긴 편지를 남겼다.


그는 마음에 오랫동안 품어온 사랑을 제대로 꺼내보지 못하고 다시 가슴 한 편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는 끝을 기약하지 않았다.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고등학교 1학년 그녀와 친구가 됐다는 글쓴이 A군은 어른스러운 B양과 힘든 수험생활을 버텨왔다.


A군은 항상 경찰이 꿈이라는 B양을 놀렸고, 그녀는 그의 성적을 놀렸다.


"너 제복 입은 모습 상상하면 너무 웃겨"

"야! 성적표 봐. 너야말로 진짜 웃기거든?"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A군의 마음에는 어느샌가 '사랑'이라는 작고 소중한 마음이 싹텄다.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정도로 소중한 자신의 진심을 지켜오던 A군.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마음의 호수에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가 날라왔다.


"난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야"


지나가듯 내뱉은 한마디였지만 수줍어하는 그녀의 표정은 A군 마음에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다.


"똑똑해지고 싶었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고, 수능도 잘 봐야겠다고 다짐했어. '남들은 몇 년씩 하는 걸 네가 무슨 수로 해'라는 가족의 꾸중에도 나는 밤새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어"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다행히도 그녀는 수능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행여 사회에 나가면 B양이 쳐다볼 수조차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던 A군은 기뻐하는 그녀의 전화에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녀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다 다짐한 그는 결국 재수를 결심했다.


휴대폰을 없애고 새로 산 타이머 앞에는 B양과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뒷면에는 그녀의 대학교 스티커를 붙이고 공부에 몰입했다.


모의고사가 망했을 때도, 밖에 활짝 핀 꽃을 볼 때도. 그는 항상 그 타이머만 바라보며 버텼다.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결국 성공적으로 수능을 마친 A군.


하지만 1년간 연락이 끊겼던 그녀에게는 이미 듬직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너에게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너는 더욱 먼 곳에 가 있네. 어쩌면 좋은 대학에 오는 게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나는 아직도 그때처럼 한창 어린 거겠지"


그럼에도 그는 B양을 향한 꺼내지 못한 진심을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거야. 네가 멋진 경찰이 되는 그날에는 꼭 너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계속 노력할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또 나랑 함께 걸어줘. 네가 걷는 그 길이 나에게도 맞는 길이라고 난 믿으니까"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담담히 써 내려간 A군의 사연은 지난 2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재된 글로 게시 3일 만에 7천 3백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고 있다.


'첫사랑'과 같은 그녀의 한 마디에 고려대학교 학생이 된 남자.


혹자는 '사랑'에 반드시 '타이밍'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한 번 엇나간다고 영원히 틀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은 지나갔을지 몰라도 그 소중한 마음을 계속해서 지켜간다면 결국에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