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집단 암' 걸린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에 '책임' 무는 이유

장점마을 비료공장에서 나온 검은 흙 / 뉴스1


전북 익산시 잠정마을, 주민 80여 명 중 30명이 암에 걸려…17명 사망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이 '집단 암' 발병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주민 80여명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렸으며 17명이 사망하고 13명이 투병 중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암으로 고통 받는 셈이다. 


원인은 마을 인근의 비료공장 '금강농산'이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한 KT&G의 연초박(담배 찌꺼기)으로 지목된다. 


22일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2월 환경부 역학조사팀은 금강농산 일대에서 담뱃잎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 TSNA(담배특이나이트로사민)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TSNA는 국제 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오래 노출될 경우 폐암과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금강농산, KT&G로부터 받은 연초박 '유기질비료' 생산에 사용


금강농산은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 공장에서 2,242t, 광주공장에서 177t의 연초박을 반입했다. 


익산시는 이들이 퇴비로만 활용해야 할 연초박을 다른 여러 물질과 혼합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데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지난 18일 행정당국에 대해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날 익산 잠정마을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와 익산지역 17개 시민단체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관리 감독, 환경오염 방지,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료공장에 대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번번이 무시됐다"며 "허가·관리 감독 기관인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제대로 업무를 했다면 이처럼 무지막지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잠정마을 주민대책위, "KT&G도 도의적 책임 물어야" 


이런 가운데 주민대책위는 KT&G 또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장점마을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나서서 주민들의 피해를 배상하는 한편, 연초박을 공급한 KT&G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 또한 "연초박 공급업체인 KT&G는 계약상 비밀과 영업 비밀 등의 이유로 연초박의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이 꼭 밝혀내야 할 원인규명의 단초"라고 강조했다. 


뉴스1


KT&G, "폐기물 처리법에 따라 금강농산으로 연초박 보내…퇴비 사용 목적으로 계약했다"


이와 관련해 KT&G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연초박은 식물성 성분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 업체인 금강농산과는 가열처리 공정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관계기관에서 정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1급 발암물질 TSNA 탓에 '집단 암'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장점마을. 


금강농산, 그리고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지자체와 보건당국에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는 가운데 KT&G를 향한 화살은 결국 어디로 갈지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